정면충돌로 치닫던 은행 인원감축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입장 변화로 은행들이 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을 당초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감원비율(작년말대비 40%)에 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게 금감위와 은행들의
방침이지만 퇴직위로금 문제는 29일로 예정된 은행파업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금감위의 입장변화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최근 조건부승인은행과 제일
서울은행의 행장들과 모임을 갖고 "감원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안되지만
퇴직위로금을 더 주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그동안 은행들에 퇴직위로금으로 3개월치이상 급여를 주지
못하도록 지도해 왔다.

이용근 금감위 상임위원도 은행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유급휴가를 1~2개월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장들은 은행부담으로 6개월치를 주는 방안을 놓고 노조에 협상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

<> 노조 반응 =노조는 금감위의 변화된 입장이 파업방침을 철회할만한
수준의 명분은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추원서) 관계자는 "금감위가 대량인원감축
지침을 철회하고 노사간 자율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협의하에 은행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무조건 파업을 추진하는게 아니다"라며 "9개 은행의
행장들은 노조동의없이 제출한 고용조정 이행각서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위로금을 더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같은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해당은행 직원들은 "9개월치
정도의 위로금을 주면 상당수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진과 노조 움직임 =물밑 작업이 다소 부드러워진 반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여전히 강경하다.

추원서 위원장은 22일부터 한국노총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조흥 외환은행은 23일 파업여부를 놓고 노조원들이 찬반투표를 한다.

은행들은 파업에 대비, 비상행동계획(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해 은행감독원에
제출했다.

은행들은 전산자회사 인력활용, 퇴직자들의 파트타임 고용방안 등을 점검중
이다.

또 간부급 직원을 일선지점에 투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