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항공사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7월의 환란이후 승객감소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은 매일 24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창사이후 적자를 모르던 홍콩의 캐세이 패시픽항공도 올상반기에는
사상처음으로 2천2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

경영난에 대처하는 항공사들의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전략은 감량경영.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폐쇄하고 이에따라 발생하는 여유 인력과 비행기를
감원 및 매각처분하는 것이다.

23일 직장을 폐쇄할 예정인 필리핀항공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경영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여객기를 54대에서 21대로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가 이에 반발, 파업에 들어가자 아예 직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밖에 가루다항공은 유럽행 노선을 대부분 폐쇄하는 한편 10월중 3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항공도 지난해 7천6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후 취항노선과
여객기 편수를 대폭 감축했다.

이와는 달리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공격경영을 펼치는 항공사들도 있다.

선두주자는 싱가포르항공.

이 회사는 최근 3억달러를 투자해 기내 시설과 서비스를 전면 개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싱가포르항공의 1등석은 특급호텔 객실수준으로,
비즈니스클래스는 1등석 수준으로, 이코노미 클래스는 비즈니스 수준으로
시설과 서비스가 향상된다.

대한항공도 11대의 낡은 여객기를 처분하고 보잉사로부터 신형항공기
도입을 추진중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보잉으로부터 가격 등 구매조건에서 파격적인 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 항공사들의 신규항공기 주문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한항공이 상대적으로 VIP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간 덤핑경쟁도 성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월들어 미국내 13개 도시와 방콕, 싱가포르 등 아시아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의 요금을 5백달러로 인하한 바겐세일을 실시중이다.

미국 항공사 요금의 절반도 안되는 헐값이다.

캐세이 패시픽항공도 티켓 한장을 사면 한장을 덤으로 주는 판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후발업체인 스카이마크항공의 주도로 항공업체들간에 요금할인
경쟁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와함께 다른 외국항공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21일 아메리칸항공 브리티시항공 콴타스항공
캐나다안항공 등과 "원월드(Oneworld)"제휴관계를 체결했다.

이에앞서 타이항공도 유나이티드 루프트한자 SAS 에어캐나다 등과
"스타(Star)"라는 명칭으로 업무제휴를 맺었다.

또 싱가포르 항공은 독일의 루프트한자 등 4개 항공사와 마케팅 제휴관계를
맺었고 타이항공, 대만 중화항공, 남아프리카항공 등에도 지분참여를 통한
제휴관계를 모색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됨에
따라 항공업체들의 생존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