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자본시장 연례보고서"는 아시아외환 위기의
원인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리고 있어 주목을 끈다.

위기당사국들의 기업과 국민들이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빼돌려 외환위기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환란당사국들과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경제기초가 취약한 상태에서
국제투기자본이 자금을 대거 빼내간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해왔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경제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자본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효율적인
국제금융정책을 펼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MF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의식, 오히려 IMF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세계경제 상황=IMF는 세계경제위기를 "진행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증시의 마비, 미국과 유럽증시의 혼란등 세계경제가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등 신흥시장의 경제상황은 작년하반기 때 보다 악화돼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자본시장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으며 유가증권과 부동산등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을 실례로 들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는 어느때보다 심각한 위험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는게
IMF의 경고다.

IMF는 러시아경제가 붕괴되고 중남미에도 외환위기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기
전에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현재 세계경제는 보고서의 내용보가 더 나빠져 있다.

결국 위기는 확산중이며 이 위기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IMF의 우울한 전망인 셈이다.

<>일본경제가 관건이다=IMF는 작금의 세계경제 위기사태를 일본경제의
극심한 불황탓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경제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세계경제는 더 곤란해진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경제가 얼마나 빨리 또 어느정도로 강하게 회복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보고서에는 일본이 금융산업을 정비하고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에
실패하면 제2의 아시아통화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득차 있다.

일본경제의 빈사상태가 지속되면 엔화가치는 더 떨어져 중국 위안화와
홍콩달러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이때문에 일본경제의 회생책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정리와 은행경영에 대한 감독강화, 금융시장체제
정비를 위한 공적자금 사용을 통해 일본금융시장을 안정시킨후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및 신흥시장 자본유출입실태=이 부문에 대해 보고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요지는 아시아환란국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됐다는 것.

특히 환란당사국들의 기업과 국민들이 자본을 해외로 불법 유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IMF가 집계한 작년 신흥시장에 대한 민간자본유입액은 1천7백37억달러로
96년보다 6백70억달러나 줄었다.

이중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국제자본 유입액은 불과 1백39억달러로
무려 9백65억달러(87%)나 급감했다.

아시아 신흥시장중에서도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등
5개국의 경우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 1백1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앞서 96년에는 9백60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었다.

특히 주목되는 내용은 동남아 환란 당사국들의 불법적인 해외자본 도피.

지난해 이들 아시아 5개국의 기업과 민간인들이 해외로 빼돌린 외화가
약 2백억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이 금액은 국제투기세력이 이 기간중 이 지역에서 회수해간 규모와 거의
맞먹는다.

IMF는 이 2백억달러중 한국이 87억달러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66억달러), 인도네시아(28억달러), 태국(16억달러),
필리핀(1억달러)순이다.

이와관련, 보고서는 아시아환란국들이 미국등 서방측의 무리한 압력에
못이겨 자본시장을 너무 급속도로 개방한 것을 외환위기 요인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환위기국들이 자본통제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신흥시장의
외환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