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막다른 골목에 섰다.
그의 정치 생명을 가름할 대배심 증언 테이프가 21일 공개됐다.
르윈스키와의 성관계가 구체적으로 게재돼 있어 위증사실을 밝힐 2천8백쪽
에 달하는 수사보고서 부속 증거자료도 이날 인터넷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다.
CNN과 MSNBC 폭스뉴스 등 케이블TV방송들과 ABC NBC 등 공중파 방송들은
온종일 예고방송을 내보낸 후 4시간짜리 테이프를 편집없이 내보냈다.
이날 TV에서는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진 건 분명하지요?"(케네디 스타
검사) "르윈스키와는 다정한 사이였습니다"(클린턴)는 식의 동문서답이랄지
"왜 르윈스키가 선물한 넥타이를 메고 왔느냐"는 질문에는 "모, 몰랐소.
알았다면 일부러 메고 나왔겠소"라며 당황해 하는 모습, "오럴섹스의 여부에
대해 예, 아니오로 대답해 주세요"는 질문에 굳어진 얼굴로 당황해 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여과없이 방영됐다.
정치 평론가들은 국민들이 이같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으나 발표전인 19일 뉴스위크지는
클린턴에 대한 탄핵 찬성비율이 1주일전보다 6%나 높아진 41%로 올랐다고
전했으며 CBS도 클린턴 사임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테이프 방영은 결정적으로 여론을 "클린턴 직무 유지론" 쪽에서 사임
또는 탄핵 쪽으로 돌이켰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지원세력이었던 여론이 등을 돌림에 따라 클린턴은 조만간 자진
사임 또는 미 역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옵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TV방영후 여론이 클린턴에 부정적으로 움직이자 공화당측과 일부 종교단체,
1백여개 신문들은 일제히 "탄핵절차로 국력을 낭비하느니 대통령이 국정을
위해 자진 사임하라"며 대대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치 평론가들은 사임이나 탄핵 등의 극단적 결말보다는 공화당과
백악관측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내 주요 언론들이 "도덕적
문제와 정치적 사안을 분별해야 한다.
이 문제를 대통령의 사임이나 탄핵까지 몰지 말고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