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한다.

업무관계로 일본출장이 잦은 필자는 일본인들을 만나는 일이 그만큼
많은데도 정이 별로 가지 않았다.

3년전 가을 이맘때쯤이다.

한국의 중소기업 관련자를 위한 기술연수에 참여한 필자는 일본 큐슈지역
에서 약 2개월정도 체류하게 됐다.

그때 3명의 일본인을 알게 됐다.

정년퇴직후 연수코스 리더를 한 기꾸하라씨, 그 지역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는 안또씨, 보험대리점을 운영하는 오오다씨 등이다.

기꾸하라씨는 멋쟁이 노인이다.

몇번인가 그의 집에 초대 받아 간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냉장고에는 늘 김치와 고추장이 들어 있었다.

그는 김치와 고추장이 없으면 밥맛이 없다고 했다.

어느 일요일 분재 전시회에서 만난 안또씨는 나와 동갑나기로서 외모가
텁텁하게 생겼다.

필자가 데려간 한국 음식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곱창전골을 처음 먹어
본다던 그가 이제는 그집의 단골이 됐다.

연수기간중 휴일을 이용해 2박3일간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를 갔었다.

이른 아침 동네에 있는 조그만 온천에 갔을때 혼자 목욕을 하는 나이
지긋한 사람을 만났다.

단둘이 있기가 겸연쩍어 필자가 먼저 인사를 하며 한국에서 왔노라고
소개를 했다.

그는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며 반겼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같은 곳에서 만났는데 그가 오오다씨다.

얼마후 집사람과 함게 다시 벳부를 가게 됐을때 그는 업무를 다 제쳐 두고
온종일 우리 부부를 안내했다.

올봄에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식 분위기가 나는 음식점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대접했다.

한국에 자주 오고 싶다던 그는 이달 말경에 봉화의 송이 축제에 오겠다고
했다.

그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토종 된장국처럼 구수한 정이 그들로부터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우리가 일본인들에게 너무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 가을이 저물기전에 집사람이 정갈하게 담은 고추장과 김치를 그들에게
보내주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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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