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는 상금도 많고 권위도 높지만 또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예상을 불허하는 우승경쟁"이다.

세계정상을 향해 벌이는 선수들의 우승각축은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수
없다.

대회를 앞두고 도박사들이나 각종 언론이 우승후보를 발표하지만 들어맞는
일이 드물다.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대회때마다 우승후보 0순위다.

그런데도 올해 우즈는 메이저우승이 없다.

이같은 불가측성으로 메이저대회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남녀 8개의 메이저대회중 6개대회 우승자가 처음 메이저정상에 오른
선수들이다.

리 잰슨, 브랜디 버튼만이 메이저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또 8개 대회중 2개가 연장전끝에 승부가 났고 1타차로 챔피언이 결정된
것도 4개나 됐다.

2, 3타차 우승은 한번씩 있었다.

올해 메이저챔피언을 연령별로 보면 남자는 챔피언 4명이 모두 30~40대
선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저스틴 레너드 등 20대가
세계골프를 휩쓸 것처럼 예상됐으나 딴판이었다.

메이저같은 큰 대회에서는 노련한 베테랑들이 유리할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여자 메이저는 챔피언이 모두 20대다.

초반인 박세리를 포함, 팻 허스트(28), 브랜디 버튼(26)이 그들이다.

무엇보다 올해 메이저대회는 우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해로 기록될
것같다.

박세리 때문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박세리는 그의 존재뿐만 아니라 코리아를 세계에 알렸다.

데뷔 첫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것은 당분간 깨질것같지 않은 대기록이다.

올해 치러진 남녀 8개 메이저대회를 간략히 되돌아본다.

<> 매스터즈 (4월9~12일.오거스타내셔널GC)

"메이저우승이 없는 베스트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던 마크 오메라(41.미)가
최종일 2타간격을 극복하고 1타차 역전우승을 거두었다.

40대에 메이저 첫승을 올린 것.

다른 선수들이 기복을 보이며 우승경쟁에서 자멸한 반면 오메라는 최종홀
버디에서 보듯 끝까지 침착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그린 재킷을 입을수
있었다.

<> US오픈 (6월18~21일.올림픽CC)

3라운드까지 선두는 페인 스튜어트.

리 잰슨(33.미)은 그보다 5타 뒤진 공동4위권이었다.

그때까지 잰슨을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잰슨은 그러나 악명높은 이 코스에서 마지막날 버디4 보기2개로 68타를
치며 74타에 머무른 스튜어트를 또다시 무릎꿇게 했다.

93US오픈에서도 1, 2위는 잰슨과 스튜어트였다.

<> 브리티시오픈 (7월16~19일.로열 버크데일GC)

매스터즈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은 마크 오메라와 메이저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지막조에 편성된 브라이언 와츠.

두 선수는 나란히 이븐파 2백80타로 동률선두를 기록한뒤 "4홀 연장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메이저는 역시 메이저였다.

우승해본 선수와 처음 우승경쟁을 해본 선수와는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었다.

오메라의 2타차 승리.

<> USPGA챔피언십 (8월13~16일.사할리CC)

또 한사람의 스타, 피지 출신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4세의 비제이 싱은 대회 2라운드 전반에서의 5언더파(30타)의 여세를
몰아 스티브 스트리커를 2타차로 제치고 메이저 첫승을 올렸다.

<> 나비스코다이나쇼 (3월26~29일.미션힐즈CC)

우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금년 첫 여자메이저대회 챔피언은
팻 허스트(28.미).

그녀 역시 메이저 첫승이었다.

합계 7언더파 2백81타로 영국의 헬렌 돕슨을 1타차로 제쳤다.

박세리는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에서 1위를 했지만 그때까지는 성적이
신통치 않아 이 대회에 초청받지 못했다.

<> LPGA챔피언십 (5월14~17일.뒤퐁CC)

경기가 끝난 18일(한국시간)은 한국골프사상 역사적인 날이었다.

21세의 소녀가 미국LPGA에 진출해 거둔 첫 우승이 바로 메이저대회였기
때문이다.

한국골프가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첫날부터 선두에 나선 박세리는 마지막까지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대회 44년사상 최초로 완벽한 우승을 이끌었다.

<> US여자오픈 (7월2~5일.블랙울프런GC)

박세리가 메이저 2승을 올린 대회.

"여자 메이저중의 메이저대회"라는 점에서 우승의미는 값졌다.

LPGA챔피언십 우승때까지만 해도 "운이 좋아서 그랬겠지"하는 사람들에게
박세리의 존재를 확인시켜준 대회였다.

<> 뒤모리에클래식 (7월30~8월2일.에섹스GC)

챔피언은 브랜디 버튼(26.미).

5년전 이 대회에서 처음 메이저정상에 오른뒤 두번째 우승이었다.

2위 소렌스탐과는 1타차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박세리는 데뷔연도 최초의 메이저 3연승을 노렸으나 41위에 그쳤다.

그로서는 메이저우승은 욕심과 기량만으로는 달성할수 없다는 교훈을
얻은 대회였다.

< 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