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일 경쟁입찰을 통해 2조원 어치의 국채를 11.59%의 가중평균
금리로 매각한 것은 국내 채권시장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번 국채입찰이
앞으로 형성될 엄청난 규모의 국공채시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규모 국채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채권시장 활성화를
앞당기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일이다.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40조원의 공채 발행이 예정돼
있는데다 재정경제부는 올해말까지 13조9천억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어제 발표했다. 현재 발행된 3년만기 회사채가 1백조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안에 발행예정인 국공채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5대그룹을 제외한 민간기업의 회사채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회사채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앞으로 당분간은 국공채거래가 채권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정부도 3년만기
국채를 지표채권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잡힌 12조1천억원어치의
국채중 70%이상을 3년만기 국채로 발행하기로 했다.

올해말쯤 국채수익률이 고시되면 점차 지표금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며,
은행에 자기매매업무가 허용되고 일반인들의 국채매입도 쉬워져 국채거래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까지는
아직도 제도개선과 함께 좀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다.

우선 잔존만기별로 채권수익률을 공시하는 채권싯가평가제를 시행하자면
채권거래를 전담하는 채권딜러제도가 도입돼야 하는데 국내증권사들이
영세해 당장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선진국처럼 국공채의 만기구조도
다양화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국내외 금리차가 평준화돼 외국인투자자를
포함한 채권매입여력이 크게 확충돼야 한다.

대규모 국공채발행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국공채는 회사채에 비해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당장은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이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불가피하며, 국공채 발행물량이 많아지면
시중금리의 상승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쉽다.

하지만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어차피 국공채를 발행해야 하는데다 신용경색
때문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데 국공채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에 잘만 활용하면 괜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외평채금리가
국내채권금리보다 높아 달러가 유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공채발행에 따른 금리상승도 어느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

결국 대규모 국공채발행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며 이를 계기로 한 채권시장 활성화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