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달 <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 sdshim@kdiux.kdi.re.kr >

한국경제는 실물부문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 분기의 -3.9%에 이어 2/4분기에도 -6.6%까지
하락했다.

7월중 산업생산이 6월과 비슷한 -13%를 기록했다.

총수요 침체로 4월 이후에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월비 대비로는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실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임금이 하락하고 내수위축이 지속될 경우
내년도엔 전년동기비 기준으로도 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환율 및 이자율의 하락도 총수요 침체를 반영한 전형적인 초기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판단된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산가격이 당분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여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디플레는 고부채구조하의 기업에 실질금리를 높여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구조조정 지연과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제의 불안정심리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거시정책을 긴축적
으로 유지해온 데에도 원인이 있다.

물론 구조조정의 신속한 추진을 통해 신용경색의 해소와 투자 및 소비심리
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동시에 재정 및 통화정책의 기조를
확장적으로 가지고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지원해야할 비용의 규모가 워낙 크므로 구조조정과 연계,
재정과 통화를 확대하고 이를통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재 구조조정지원을 위한 채권발행 동의안과 경기급락 방지를
위한 제2차 추경안이 2달째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처리할 때까지, 아니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통화당국은 구조조정과 상관없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인플레기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물가안정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도 방지도 포함한다.

지나친 신중함은 때를 놓치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