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에너지가 화면 가득 뿜어나오는 프랑스영화 "택시"가 주말 개봉된다.

스피드광인 택시운전사와 조금 모자란듯한 경찰이 벌이는 갱단소탕작전을
그린 유쾌한 코미디영화다.

"택시"의 극장제목앞에는 "뤽 베송"이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정작 메가폰은
CF감독 출신의 제라르 삐레가 잡았다.

뤽 베송은 영화의 제작자로 시나리오를 썼을 뿐이다.

"그랑부르" "레옹" "제5원소" 등으로 명성이 높은 그의 인기를 활용하려는
영화사의 상술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이는 뤽 베송이 그만큼 헐리우드영화가 판을 치는 국내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뜻.

그의 영향하에 만들어진 택시 역시 영화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게
시사회장의 반응이었다.

주인공 다니엘(싸미 나세리)은 프랑스 역사에 기록될만한 택시운전사.

오토바이에서 경주용 자동차까지 바퀴달린 것을 운전하는데는 도가 텄다.

"짭새"(경찰)라면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자동차경주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그는 "젊음" 그 자체다.

다니엘과 짝꿍을 이루는 에밀리앙(프레드릭 디에폰달)은 운전면허시험에서
여덟 번이나 떨어진 무능한 경찰이다.

그의 소원은 마르세유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독일 벤츠갱단을 잡은 뒤
상관인 미녀 형사반장의 커다란 가슴에 푹 안기는 것이다.

폭주족과 경찰.

이 어울리지 않는 두사람이 우여곡절끝에 함께 갱단소탕작전에 나선다.

오토바이 피자배달부들의 도움을 받아 갱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자는
것.

마르세유시내를 질주하며 수십대의 차량을 부순 끝에 작전은 대성공을
거둔다.

비정상적으로 희화된 인물들, 웅당탕탕 쓰러지고 때려부수는 슬랩스틱
코미디, 독일과 프랑스의 민족감정을 교묘히 건드리거나 섹시한 여배우를
등장시키는 등 "택시"는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다.

예전 프랑스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이던 진지함이나 미적 탐구는 없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기면 그만이다.

속도감있는 화면은 할리우드의 "돈버는 영화"를 지향한게 분명하다.

하지만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머에서는 우리입맛에 익숙해진 미국식이
아닌, 유럽대륙의 냄새가 물씬 난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