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고 최종현회장의 장남 최태원 SK(주)대표이사 부사장 중심
체제로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고 최회장이 생전에 후계구도에 대한 구상을 이미 친지및 측근들에게
알리고 사후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폐암수술을 받았던 최회장은 한달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위의 예상보다 빨리 타계했지만 본인은 이미 한달전부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게 SK관계자의 얘기다.

이 과정에서 사후 그룹운영구도및 소유구조문제등에 대해 측근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회장이 별세하자마자 곧바로 후계구도는 장남인 최 부사장체제로 간다고
그룹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같은 사전 준비에 따른 것으로 재계는
보고있다.

고 최회장이 생전에 얘기한게 없으면 이처럼 빨리 후계체제가 공식적으로
확정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SK고위관계자가 전한 "SK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파트너를 형성해
가야한다"는 고 최회장의 발언도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는
것이다.

SK관계자들은 이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할때 그룹이 다음달중 최 부사장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경영체제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수가 바뀌는데 따른 경영진의 대폭적인 물갈이인사는 없을것이라는
지적이다.

최부사장의 한 측근은 이와관련 "최부사장이 대권을 승계받는다고 곧 바로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의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그룹경영을
안정적으로 끌고가겠다는게 최 부사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SK가 최 부사장 중심체제로 전환되면 30대후반인 그에게 상당한 중압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5대그룹간에 진행되고 있는 빅딜(대규모사업 맞교환)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가 당면과제다.

재계구도와도 관련된 소위 빅딜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야만 SK는 물론
자신의 입지 또한 강화될수 있기 때문이다.

최부사장은 그동안 그룹의 구조조정작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기
때문에 빅딜이 생소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룹총수로서 주요정책에 대해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구조조정 이외에 SK증권의 영업개선작업,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인수, 외자유치등 그에게는 산적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최 부사장은 빅딜협상을 비롯한 당면 과제들을 손길승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겸 SK텔레콤 부회장등 창업세대 전문경영인들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함께 고 최회장의 친형인 창업주 최종건(73년 작고)씨의 아들 3형제등
오너 가계(가계)구성원들간의 역할분담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들 사촌들이 화학.섬유중심의 사업을 맡고, 고 최회장 아들형제가
에너지와 정보통신사업을 맡는다는 구도가 유력하게 얘기되고 있지만
완전히 정리된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 최완수 기자 wan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