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개최된 제일은행의 불법적인 주총결의를 인정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김명길 부장판사)는 26일 제일은행 소액주주
이내영씨 등이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주총결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일은행이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을 무시하고
표결절차없이 일방적으로 주총을 진행한 것은 무효라는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주총을 취소할 경우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이 시행해온
은행경영정상화 계획이 무효가 되는 등 혼란에 빠지는 점을 고려해 원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지난해말부터 주총결의로 선임된 이사회의결을 통해 마이너스
2.74%에 불과한 자기자본비율을 8%로 끌어올리기위해 감자, 점포축소 등을
단했다.

이번 판결은 무엇보다 법의 잣대로만 판단을 내릴 경우 경제전반에 미칠
현실적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총의 불법성을 그대로 인정, 주총에서 뽑힌 이사들이 사임할 경우
이사회결의로 추진된 감자와 정부의 특별융자지원 등 정상화노력이 원인
무효로 물거품이 된다.

여기에다 현재 진행중인 외자유치나 제3자매각 등의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게 돼 도산이 불가피해진다.

또 소송을 낸 원고가 제일은행의 주주인점도 재판부가 이같은 판결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소송당사자도 주주인만큼 소송에 이기는 것보다는 회사를 살리는 데서
명분을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대리했던 "참여연대"측이 대법원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금자의 이익과 대외신인도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총이후 시행된 각종 경영정상화계획을 무효화할 경우 24조원의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제일은행의 자구구계획이 물거품이 되면 가뜩이나 추락돼있는
대외신인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불법주총을 인정해주는 선례가 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도 없지 않다.

소액주주인 이씨는 제117기 주총에서 총회꾼을 동원해 일반주주들의
발언권을 무시한채 결산승인과 정관변경, 이사및 감사선임 등 불법적인
주총결의를 했다며 지난해 5월 소송을 냈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