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난 사람 = 박영균 < 경제부장 > ]

-퇴출된 5개 은행들과 거래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부실은행을 그냥 끌고 가면 또다른 신용위기를 몰고 올수 있습니다.

한계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량기업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뒤떨어진 은행들과 거래하던 한계기업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기업에 대해선 어차피 퇴출 내지 불이익이 불가피합니다.

은행을 정리한다는 것은 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자산을 정리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건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토록 하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되는 은행들에 대한 경영진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중 추가로 퇴출될 은행이 있습니까.

"못견디는 은행은 스스로 합병을 해서 살 길을 찾아갈 것이고 아니면
자본금을 늘려 나갈 것입니다.

다만 IMF와 합의한 것은 우리라고 늘 비상조치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적기시정조치 제도를 따를 것입니다.

적기시정조치에 따른 이행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하든지
계약이전을 하든지 그때가서 정리은행을 만들어서라도 정리시키든지 하겠죠.

일률적인 퇴출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은 별 문제없이 잘 되고 있습니까.

"이제부터가 문제입니다.

합병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합병 뿐만 아니라 화학적 합병이
일어나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합병을 통해 조직과 인원을 줄여 비용을 축소해야 합니다.

단순한 눈에 보이는 경영혁신이 중요한게 아니라 대출제도을 포함해 모든
부문에서 선진경영제도를 들여와야 합니다.

특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선진적경영을 할수있는 경영진을 어떻게
짜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걸 하지 못하면 합병이란게 별 의미가 없어요.

두 은행의 합병은 부실은행의 결합이라기 보다 새로운 대형은행의 신속한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두 은행의 합병과정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부실자산을 팔아 발생되는 손실을 감안해 기존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줄이게 됩니다(자본금감축, 감자).

그후 정부가 증자하면 합병은행의 대주주가 됩니다.

그러나 경영이 정상화되면 정부지분을 팔 계획입니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정부 돈이 들어간 뒤에도 부실이 심화됐잖습니까.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경영실적과 합병사후관리에 관한 정부지원조건
(TOR)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그 조건에는 경영전략 지배구조 조직개편 위험관리기법의 향상 비용절감
수익선다변화 등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정기점검할 계획입니다.

합당한 이유없이 실행이 안되면 경영진을 문책할 것입니다"

-다른 은행들의 합병설도 무성한데요.

"합병설이 많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은행이 합병을 적극
모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닙니까.

금융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합병이 시장원리에 따라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합병하지 않아도 됩니까.

"외환은행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일단 이행계획서대로 약속을
지켰잖아요.

3천5백억원 증자했고 이행계획서 냈으니까 앞으로 계획대로 갈지 챙겨
봐야겠죠.

그러나 본인들이 한걸음 나아가 적극적으로 합병하겠다며 정부에 지원해
달라고 한 것 아닙니까.

조흥은행의 증자는 가능성은 있지만 틀이 완전하진 않잖아요.

자기들이 경영혁신을 어느정도 할지도 불투명하고.

이행계획서를 보완해 가면서 가봐야하지 않겠어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은 합병파트너로 인기가 있는데 정부에서 합병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잖습니까.

"누가 누구하고 짝짓기하라고 하면 안돼요.

스스로 합병을 하겠다고 결심하고서도 넘어야할 고비가 많은데 결심도
하기 전에 짝짓기하라고 하면 안되지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한 실사는 끝났죠.

"그렇습니다.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감자도 할 수 있겠네요.

"감자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외국의 금융기관정리나 재건계획(자본금확충)에 몇가지 기본이 있습니다.

첫째는 주주나 예금자 경영진 모두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는 충분히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시죠.

"한 은행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부문과 부실대출부문 두가지가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가 투자하려는 한일은행을 예로 듭시다.

정부가 부실대출정리에만 돈을 넣으면 이는 매몰비용으로 날라갑니다.

정상적인 부분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외국투자가를 데려와서 3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했을 때 이 은행이 잘되면 여기서 얻는 이익은 전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져 갑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부실대출 정리에 2조원을 넣고 은행 정상화를 위해
자본으로 2조원을 넣은후 주가가 5천원에서 1만원이 되면 4조원을 건지게
되죠"

-그렇다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에 추가지원을 할 계획입니까.

"정부가 이미 넣은 돈을 감자로 날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기왕에 넣은 돈은 살려 놓고 주가가 올라 회수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요.

일단 정부지분을 적정가격으로 판 후 손실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손실분담(로스세어링)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추가부실에 대해 정부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해 주거나 부실
채권을 더 사 줄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부은행들의 행장선임과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1백% 만족스럽지는 못한데요.

시도로서는 좋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비상임이사들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가 예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은 일단 제대로 잡아가고 있다는 뜻입니까.

"문제는 은행의 경영지배구조(이사회제도)입니다.

그간 여러가지를 시도했지만 현재의 경직적인 제도를 고쳐 은행에 따라
보다 신축적으로 이사회를 자율 구성토록 해야 합니다.

이사회가 은행간에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경영지배구조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집행간부인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으론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를 행장 등 몇명으로만 제한하고 은행
간부들로 경영위원회나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체제로
가야 합니다.

은행형편에 따라 최선의 조직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법을 바꿔서라도 보다 탄력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한 군데서 하면 쫓아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바로 그게 문제예요.

은행에서도 금감위가 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
한다는데 가이드라인을 주기 시작하면 안됩니다.

방향만 뚜렷하게 제시하면 됩니다.

원칙에 입각해 방침을 주면 간섭한다고 하고, 주지 않으면 달라 하는 발상은
극복해야 합니다.

경영진 문제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한남투자신탁이 영업정지됐는데 투신사 구조조정은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투신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경영이 부실한 투신사의 상품에 투자했을 경우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못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입니다.

투신사도 시장에서 질서가 잡혀가고, 정부도 무조건 투신사를 보호해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줘서는 안됩니다.

앞으론 정확하게 수익률을 고시하고 과대광고를 해서는 안됩니다.

부실자산이 생기면 그때그때 수익률에 반영해야 합니다"

-투신사가 퇴출될 경우 원금을 못찾는 경우도 생길수 있겠군요.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투신사를 믿고 거래해온 관행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투신업계 전체가 선의의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상품을 팔때 고위험 고수익 펀드인지 안전펀드인지를 알려
고객들이 정확히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남투신 고객들의 불만이 많던데요.

"선의의 고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질서유지가 보장된다면 조만간
고객들이 맡긴 수익증권금액의 절반범위안에서 5백만원까지는 인출할수
있도록 영업정지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수익증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수 있도록 광주은행에 협조를
당부하겠습니다"

-보증보험사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누적적자와 자금부족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리에 따른 금융시장의 파장을 감안할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보증보험의 순기능을 무시할수만은 없어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자금
경색이 어느정도 해소될때까지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정리후 대체기능이나 대체시장을 단기간에 마련하기 어려운게 현실
이어서 보증보험은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현 상태로 둔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보험회사가 수지및 경영을 호전시키기 위해 강력한 경영개선노력을
선행한다면 정부가 부실자산을 매입,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동성을 지원받아 어려움을 넘기면서 강력한 자구노력으로 정상화할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시장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은행경영평가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외국인전문가들을 많이 활용
하는데 효과가 어떻습니까.

"IBRD나 IMF에서 부정적인 말은 안하지 않습니까.

과정을 쭉 봤으니까요.

은행정리과정을 보고 미진했다고는 해도 잘못됐다고는 안합니다"

-기업개선작업에 대해 기업과 은행이 소극적인 편입니다.

"기업이 소유및 경영지배구조를 그대로 둔채 구제만 해달라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대로 두면 완전히 망할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단안을
내려야 합니다.

외국전문가들을 통해 국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절차와 기법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기업개선작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그 가치를 높이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앞으로 구조조정의 방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둘 것입니다"

-5대재벌들은 구조조정을 잘하고 있습니까.

"이달말까지 사업맞교환을 결정한다니까 기다려 봐야죠.

정부가 나서기 전에 스스로 했어야 합니다.

정부는 필요한 금융 세제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입니다.

재벌들이 부실계열사를 그대로 둘 경우 은행도 부실화될 수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은행이 개입할수 있습니다"

< 고광철 기자 gwang@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