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현대자동차가 6천억원이 넘는 매출손실을 입었다.

협력업체도 10개중 하나꼴로 부도를 냈다.

파업에 따른 현대자동차의 부품공급 중단으로 현대정공까지 공장을 세우고
휴업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현대의 파업이 국가신용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유보한채 현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 사태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한국에 대한 투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자세다.

13일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근들어 파업 및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문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에도 암로뱅크 시티뱅크 등 해외 금융기관 관계자들로부터 파업지속
여부와 회사측의 정리해고 강행의지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와 파업은 이제 외국인들의 대한투자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돼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1차 파업이 시작된 지난 5월27일이후 지금까지 모두 6천1백85
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내수침체의 돌파구인 수출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출 주문을 받았지만 생산 중단으로 선적하지 못한 차량은 약 6만여대.

특히 아토스와 EF쏘나타의 타격이 심하다.

가을 시즌에 맞춰놓았던 EF쏘나타의 현지판매 개시(론칭)시점은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현대자동차가 생산을 하지 못하다보니 납품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크다.

현대 집계에 따르면 1차 부품업체 3백30여사와 기타 납품업체 1천여사의
피해액은 5천32억원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의 손실분을 합치면 모두 1조1천2백억원이다.

1차 부품업체 3백71개 가운데 영화공업 동광사 금양기전 등 47개사는 이미
부도로 쓰러졌다.

2차 협력업체도 2천5백여사중 10분의 1인 2백50개사가 넘어졌다.

나머지 부품업체도 내수부진으로 납품물량이 줄어든 터에 파업마저 길어지자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다.

기아사태로 취약해진 부품산업이 현대의 파업으로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현대정공은 이날부터 울산공장 차량사업본부의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자동차의 장기 파업으로 갤로퍼와 싼타모에 소요되는 엔진 패널 등
주요 부품의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아직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노조는 파업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회사측은 이에맞서 다시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를 대화로 풀지 못하면 앙금은 남게 마련이다.

우선 공장을 돌린 뒤 회사와 노조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통을 나누었으면
하는게 산업계 전반의 바람이다.

김정호 기자 jhkim@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