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백여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명예퇴직금을 공무원 기준에 맞춰
절반이상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 제97조 1항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퇴직금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퇴직금제도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감성적인 대응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우리나라 퇴직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몇가지 짚어보자.

첫째 퇴직금제는 유럽과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우리나라는 이런 사회안전망 미비때문에 퇴직금제도가 있는 것이다.

둘째 현행 퇴직금을 비롯한 법정수당제도는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연봉제 등 보상체계 혁신과 맞물려 있다.

기업이 연봉제로 전환하려면 법정수당 처리에 따른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셋째 명예퇴직 문제도 근본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영국 미국 등과 같이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에서는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해고하면 그만이다.

굳이 명예퇴직금이니 희망퇴직금이니하는 "웃돈"을 얹어 주면서까지 퇴직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경직적인 노동시장의 경우 정년전에 근로자를
내보내려면 퇴직금과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한 것이다.

IMF시대라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공기업 명예퇴직금은 과다한
수준이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근본 문제를 따져보지 않고 "도덕적해이(moral
hazard)"만 탓하는 것은 올바른 현실인식이 아니다.

미비한 사회보장제도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명퇴금을
손질하게 되면 노사합의아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구조조정을 통한 공기업 경쟁력 제고도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은 퇴직금제의 혁신을 위한 근본해결책
마련이다.

기업이 추진중인 연봉제를 비롯한 보상체계 혁신문제, 사회보장제도 구축,
노동시장 유연화 등과 관련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선한승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