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가 7일 제2차 정.재계간담회를 통해 "빅딜"과 중복.과잉투자
업종의 구조조정을 촉구하자 당혹해 하는 가운데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김우중 전경련회장대행은 간담회 직후 정부의 요구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가시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전경련 사무국에 지시했다.

5대 대기업 회장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별도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5대 대기업 회장들은 총수의 "결심"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주중으로 전경련이 중심이 돼 구성할 태스크포스에 적극적인 협조
의지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 이처럼 적극 수용방침을 밝힌 것은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 보다도 단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김대중대통령이 5대기업의 개혁이 부진하다고 지적한 이후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박태영 산자부 장관이 잇달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5대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촉구했었다.

재계는 특히 1차 정.재계간담회가 끝난지 12일만에 2차 간담회를 갖는 것
자체에서 정부의 이같은 의지를 읽은 것처럼 보인다.

또 수출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예상보다 외국 평가기관들의
한국기업에대한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고 있는데 대한 재계 나름의 위기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아매고 노동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는데
신인도가 오르지 않는 것은 결국 대기업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기업의 자율"만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초 예상보다 "빅딜"에 대한 촉구 강도가 약했다는 점도 재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 이유다.

사업교환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있었지만 간담회 후 발표문에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재계가 심정적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촉구에 대해 흐응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1시간 반이면 끝날 줄 알았던 회의가 2배 가까이 길어진 것이 이를 반증
한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일부 회장들의 지적이 있어
설전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말까지 3주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폐합이 포함된 자율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정.재계가 열흘여만에 두차례 회의를 가지면서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큰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이달말에는 5대 대기업의 소위 "빅딜"이 포함된 자율조정방안이 나오게
됐다.

9월말까지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짓기로 한 정부의 개혁 일정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되게 된 셈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