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른을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했던 옛 사람들은 갖가지 감동적 비유를
총동원해 멋들어지게 노인을 표현했다.

초야에 묻혀 낚시질과 나무하기를 일삼는 노인은 "백발어초"라 했고
머리가 학처럼 하얗게 센 노인은 "학발노옹"이라 불렀다.

모진 고초를 겪어 살갗이 닭의 살처럼 거칠고 머리털이 학의 날개처럼
희다는 뜻으로 "계피학발"이라고도 했다.

또 70~80세의 노인을 가리킬 때는 "황발"이라는 말도 썼다.

나이가 많고 관직이 높고 덕까지 갖춘 노인에게는 "달존"이라는 최상급의
호칭을 쓰기도 했다.

옛 노인들은 이처럼 젊은이들로부터 무한한 존경과 알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평균연령은 73세나 돼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핵가족확대 출산자녀감소
등으로 스스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할 노인들이 너무 많다.

또 해마다 노년인구가 늘어나 지금은 인구의 5.8%에 달한다.

게다가 사회보장제도는 거의 제대로 돼있는 것이 없다.

물론 노인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이 내년을 "세계 노인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of The Elder
Years)"로 정한 것도 그때문이다.

"세계노인의 해"를 앞두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노인"이라는 호칭 대신
좀 더 고급스런 새호칭 공모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노인"이 "늙은이"를 연상시켜 조금 불경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늙은이"도 원래 나쁜뜻은 아니다.

"노인"에 대해 예부터 써오던 일반적 호칭은 앞서 예를 든 것 외에도 많다.

"늙은이" "늙으신네" "어르신네" 등이 순우리말이고 "구로" "노인장"
"기예" 등 한자어도 있다.

모두 늙은이에 대한 존경의 뜻이 배어 있는 말들이다.

아무래도 노인보다 더 간편하고 좋은 말은 없을성 싶다.

새 호칭보다는 70대 노부모 앞에서 40, 50대 중년 아들이 퇴직걱정을 해
부모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현실이 더 문제가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