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이 벌어진다.
우익단체 소속의 범인은 "천황이 조센징"이라며 인질중 한국인만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대장성과 황실 세력간의 암투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걸 인정하려는 천황의 한국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대장성측의 음모임이
밝혀진다.
곧이어 대장성 지하 48컴퓨터 조정실에 한국인 해커가 침입, 극비문서인
"396파일"을 해킹하면서 양국 정보기관의 숨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광복절을 앞두고 출간된 안하림(36)씨의 장편 "선전포고"(은행나무)에는
한.일간의 현안들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있다.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독도영유권을 둘러싼 망언이 그치지 않는 오늘의
일본.
2백해리 직선기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한국어선을 불법 나포하는 등
신제국주의의 야욕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작가는 바람 잘 날 없는 현해탄의 갈등을 한 천재 해커의 활약을 통해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사이버 공간과 전문적인 과학지식,
컬트적 상상력, 추리기법을 절묘하게 연계시킴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전쟁과 최고권력층의 역사인식, 신.구세대의
의식편차가 생동감있게 묘사돼 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