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충규 < 기협중앙회 사업담당 이사 >

대.중소기업간의 관계는 수레바퀴와 같아서 어느 한쪽이 제몫을 다하지
못할때 수레는 본래의 방향으로 움직일수 없다.

공동체의식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성장시대에는 대기업이 중소업체에 일감을 주고 일방적이면서도
시혜적인 관계로 생산을 독려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감을 얻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이나 노하우 축적없이
단순생산을 반복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다가 80년대들어 중소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대.중소기업간 협력
강화 논의가 본격화되기에 이르렀다.

시장보호의 울타리안에서 안주했던 대기업의 의식이 바뀌면서 품질과
기술개발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양질의 부품없이는 좋은 제품이 생산될리 만무하다.

대기업은 품질좋은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절대로 필요했다.

중소기업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하청기업이 아니라 동반자임을 대기업은
이때부터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중소기업간의 협력관계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것
같다.

경기가 나쁠때면 으레 등장하는 어음기일의 연장, 납품단가 인하, 거래
물량조절, 거래선 변경검토 등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기업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중기의 생살여탈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대.중기의 모범협력사례로 꼽히고 있는 일본의 대기업은 경기침체기에도
일방적인 중기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단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중기에
대한 기술및 품질교육을 보다 강화시키면서 협력관계를 돈독히 한다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관계가 아니다.

대기업에 바란다.

중기업종은 과감히 중소기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굳이 유효경쟁의 효율성을 들지 않아도 좁은 시장에 무분별하게 참여해
혈투를 벌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규모의 시장이 안되는 국내에서 자본, 인력, 사회적 인지도
등에서 약자인 중기와 무한경쟁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골목대장에
불과하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D그룹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나간다고 하지 않는가.

대기업은 세계로 눈을 돌려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중기의 우수제품이 해외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대기업의 마케팅조직을 활용,해외동반진출 등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것이
중기업계의 희망사항이다.

중기업종의 수출이 좀된다고 해서 막강한 종합상사의 조직력을 가동, 가격
다운, 물량공세 등을 통해 통째로 독식하려는 근성을 버려야 한다.

고정비용이 적게들며 수출물량조절 등에서 훨씬 유리한 중소기업이 수출할
수 있도록 중기를 밀어주는 미덕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비즈니스는 파이(Pie)를 만들때는 협력이고 그 파이를 나눌때는
경쟁이라고 한다.

대.중기의 협력이야말로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며 양쪽이 다같이 사는
윈윈(Win-Win)전략이라고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