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직적 전속체제는 수평적 개방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경쟁논리가 도입되면서 온정주의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공개모집과 계열을 파괴하는 협력망 구축은 국내
기업 풍토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일.

그러나 이제는 산업계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이 돼버렸다.

하도급 구조가 이처럼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변화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 체제로는 더 이상 기업의 목표를 달성해 나갈 수 없다는 판단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윈-윈(Win-Win) 전략"을 몸소 터득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협력업체를 공개모집하기 시작했다는 것.

95년 현대자동차가 시작한데 이어 이제는 대우전자 현대중공업 LG전자
삼성전자 등 거의 대부분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가구업체인 퍼시스등 중견기업들도 협력업체 공개모집에 나서고 있다.

협력업체를 공개모집하는 방법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응찰대상업체를 골라 경쟁을 시키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혀
관계없는 업체들도 새롭게 협력업체에 선정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첫번째는 현대자동차와 대우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는 부품별로 사양과 재질을 기존 거래관계가 있는 2~3개 업체에
동시에 공개하고 이들 부품업체가 원가 납기 품질수준및 기술수준 등을
계산해 제출한 서류를 실사를 거쳐 낙찰시키는 방식이다.

원가경쟁력과 납기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두번째는 현대중공업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인터넷을 통해 신규사업에 필요한 자재를 공개구매하고 있다.

모든 업체들에 동등한 자재납품기회를 공개함으로써 값싸고 품질이 우수한
자재를 조달하고 있다.

역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납품업체 선정의 투명성이 목표다.

이같은 공개모집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외 기업 모두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소싱"이다.

"최적 조달"의 개념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자동차등이 외국 부품업체에도 응찰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더이상 발을 붙일 곳이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온정주의식의 구매행태는 사라지고 있다.

공정한 채점을 통해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까닭에 과거 다소 불미스러웠던
모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의 비리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같은 울타리 안의 계열기업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협력 관계를 청산
하는 계열파괴 현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협력업체 소수정예화 바람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들이 하도급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이들을
대형화 전문화하여 기술 경영관리 전문인력등 각종 지원을 집중시키려는
움직임이다.

모듈화도 같은 개념이다.

모든 부품을 모기업이 받아 작업을 하지 않고 협력업체가 다른 부품업체
로부터 납품을 받아 1차적인 조립을 해오는 것이다.

모기업만 작업공수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부가가치가 남게
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방만한 협력업체 관리에 따른
손실을 줄이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부품공용화와 유사부품 업체들간 통합도 마찬가지다.

모기업들이 같은 기능의 부품을 사용해 원가를 낮추면서 협력업체의 대형화
도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동종의 부품업체는 통합이 가능해져 더욱 대형화하고 전문화될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런 기업에 지원폭을 크게 늘려 간다는 계획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