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황씨는 작년 2월에 방 한칸을 여대생 두명에게 9백만원에
전세를 줬는데, 이번 겨울방학에 학생들이 집에 내려간 사이에 일이
생겼습니다.

이상하게도 며칠째 화장실 근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길래 바로 뒷집에
있는 마당에서 나는 소린가 보다 하고는 그냥 흘려버렸는데, 옥상에 올라가
보니 그 물소리는 뒷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찾아보니 학생들에게 세준 방의 부엌에서 수도관에 있는
고무 바킹이 낡아서 물이 샜던 겁니다.

황씨는 너무 추울 경우에 보일러를 가동할수 있도록 학생들로부터 열쇠를
받아 두었기 때문에 이렇게 수도가 새는 걸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수도가 새는 것도 모르고 방치해 두었기 때문에 그달 수도요금이 평소의
10배가 넘게 나왔는데, 황씨는 이런 경우에 자기만 수도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만일 여대생들이 시골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으면 수도가 새는걸 미리
알수 있었을텐데 집을 잠가두고 가버렸기 때문에 수도가 새는걸 모르고
지낸거고, 그러니까 여대생들이 수도요금중 일부라도 내야 한다는 것이
황씨의 주장입니다.

황씨의 사연을 들어보면 황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입주자인 여대생들에게 수도요금을 물리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여대생들이 있었으면 수도가 새는걸 일찍 알았을 수도 있겠지만
수도설비라 오래돼서 새는 이상, 그로 인한 책임은 집주인이 지는게
타당합니다.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때에는 수도나 전기설미가 완전한지
자신이 확인하고 책임져야지 입주자가 이런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건
아닙니다.

더욱이 여대생들이 방학에 집에 가면서 방 열쇠를 황씨에게 주고 날씨가
너무 추우면 보일러가 동파되지 않도록 살펴줄것을 당부했는데, 그렇다면
여대생들이 황씨에게 자신들이 살고있는 방에 대한 관리까지 맡겼다고
보는게 타당할 겁니다.

또 황씨가 물새는 소리를 듣고도 확인해 보지 않고 그냥 막연히 뒷집에서
나는 소리겠거니 하고 지나친 것도 황씨의 잘못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입주자에게 수도요금을 물리 수는
없겠습니다.

황씨로서는 갑자기 수도요금이 많이 나와서 좀 타격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도요금 때문에 지금까지 잘 지내온 입주자들과 괜한 분쟁을 만들기
보다는 집 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는 셈 치고, 이미 낸 수도요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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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