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컨벤션 천국이다.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이 몰려있는 탓에 이들을 겨냥한 국제회의와 전시회가
1년내내 열린다.

컴퓨터, 기계 등 상품 전시회에서부터 금융세미나에 이르기까지 전시내용도
다양하다.

이처럼 컨벤션산업이 활성화된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복합단지 "선텍시티(Suntec City)"다.

이 단지는 오피스와 컨벤션센터가 어우러진 업무와 전시장 중심의 복합타운
이다.

공사비로 10억달러를 들였으며 전체 모습이 왼손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8층짜리 컨벤션센터 앞으로 18층 업무용 빌딩이 엄지손가락, 45층짜리
오피스타워 4개동이 나머지 손가락인 셈이다.

이들 6개 건물은 병렬상가인 포디엄으로 연결되며 중앙의 분수대를 향하고
있다.

이 분수대는 물을 내뿜는 보통 분수대와는 달리 물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이 밑으로 떨어지면 재산이 모인다는 중국 전설에 따라 고안된 설계죠.
선텍시티는 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6개 건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피터 데트맨 선텍시티 디벨로프먼트사 건축담당
매니저)

선텍시티 구성건물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체 개관에 앞서 지난 95년초
오픈한 컨벤션센터.

공식명칭이 "싱가포르 국제 전시장(Singapore International & Exhibition
Center)"인 이 건물은 싱가포르 최대 철골구조물(연면적 3만평)로 공사초기
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특히 한꺼번에 1만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6층 컨벤션홀은 철골트러스 지붕
구조(1백72.8mx1백44m)를 채택, 바닥면적이 3천6백평이나 되지만 건물내부에
기둥이 없다.

이 때문에 내부기둥없이 지은 가장 넓은 실내공간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이 건물 건축에 적용된 수평부양공법도 관심을 끌었다.

이 공법은 6층 바닥에서 지붕구조물(2천4백t)을 조립한후 기중기의 일종인
하이드로익잭으로 12m를 들어올려 10개의 가장자리 기둥을 받쳐 끼우는
것으로 철골제작기간을 합쳐 20개월이나 소요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처음 시도된 공법이어서 건축 전공학생들의 견학코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컨벤션센터는 국제적인 명소가 됐다.

국제회의나 전시회를 열겠다는 신청이 국내외에서 쇄도했고 수려한 외관에
매료된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지난 96년말 국제무역기구(WTO)회의가 열리고 난 뒤에는 국제적인
명성이 한껏 더 높아졌다.

대관예약을 최소한 6개월전에 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컨벤션센터 정문 상단에 있는 전광판을 보면 국제회의나 신상품 소개전 등
다양한 행사가 내년초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동남아경제가 크게 위축됐지만 이 곳은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산드판 탄 선텍시티 디벨로프먼트사 홍보담당 매니저)

선텍시티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지 않았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85년 싱가포르 도심재개발청(URA)이 이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만 해도
재원조달이 문제였다.

그러나 때마침 홍콩의 중국반환문제가 불거져나와 그 문제는 손쉽게 해결
됐다.

그당시 홍콩재벌들이 중국반환을 앞두고 해외분산투자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을 겨냥, 투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 리카싱 등
유력한 홍콩재벌들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다.

특히 선텍시티는 우리 현대건설과 쌍용건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시공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컨벤션센터와 18층짜리 오피스빌딩(타워1), 45층짜리 오피스타워 2개동
(타워4,5)은 현대, 나머지 오피스타워(타워2,3)는 쌍용이 맡았다.

앞으로 싱가포르는 컨벤센터산업에 더욱 힘을 쏟기로 하고 이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데는 컨벤션산업만한 게 없기 때문
이다.

< 글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