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은행으로부터 4억원을 지원받아 공직자 부패방지 대책을
만든다고 한다.

공직자와 부패를 없애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정부에서는 법을 새로 만들기만 하면 공무원의 부패가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국모충리실을 중심으로 외부전문가를 대거 동원해 실질적인
부패방지방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자면 외부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발상인듯 하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부패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외부인이 아니라
바로 공무원 자신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무원이 부패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요인들은
그대로 둔채 벌칙을 강화한다고 해서 부패가 없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패라고 하는 것은 꼭 뇌물을 받는 행우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 부패라고 하는 것은 민족성 문화 규제 법체 지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진국이라고 해서 또는 법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해서
공무원의 부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중에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공무원의 부패정도가 높은 편이다.

10여년전쯤 이탈리에서 공무원의 부패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더니 전체
공직자중 54%가 부업을 갖고 돈을 벌고 있다라고 한다.

공무원이 부업을 가지면 자리도 비우고 기밀도 누설된다.

프랑스에서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모두 들통이 났다.

빨리 도망가라"는 편지를 보냈다니 상당수가 휴가원을 내고 잠적했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실명제도 후퇴했고 자금세탁 방지법도 없으며 정부의
권한은 아직도 막강하다.

이런 상태에서 부패방지법을 만든다고 공무원 부패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우리에게 돈을 지원하기로 한 세계은행은 자신들의 직원 부패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의 직원중 일부가 개도국에 대한 차관지원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이와같이 "힘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게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아는게
중요하다.

유한수 < 포스코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hysu@mail.posri.re.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