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50여년만인 지난 5월초에 영구 귀국했던 훈할머니가
두달 남짓한 고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캄보디아로 돌아갈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을 향수라 한다면
정작 고향에 돌아온 뒤 이국에서의 50여년간의 삶의 발자취를 그리워하는
것은 역향수라고 하겠다.

훈할머니의 역향수는 다시한번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일깨우며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훈할머니는 평생동안 고국과 부모형제를 그리워하였지만 그 꿈을 이룬 지금
캄보디아에는 훈할머니가 다시금 그리워해야 할 딸과 손녀 등 20여명의
가족이 있다.

훈할머니에게는 매월 생활안정지원금이 제공되고 생계보호와 의료보호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지원책으로도 가족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만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가족을 떠나온 훈할머니는 그동안 말이 통하지 않아 같이 온 손녀딸과
대화를 하거나 뜻도 모르는 TV를 보면서 또는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과의
국제전화 등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는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1백50여명의 할머니가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해외 어딘가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까지 천리타국에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그분들을
마지막 한분까지 국내로 모시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들의
책무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 영구귀국하신 분들이 역향수병이라는
시름을 잊고 건강하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보살펴드리는 일이다.

훈할머니의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우리가 많은 훈할머니들의 진정한 가족이
되어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