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미 금융계와 의회, 행정부, 소비자단체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들과 연방준비위원회(FRB), 공화당의원들은 개정 법안을
지지하는 반면 재무부, 소비자단체, 민주당의원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법안의 골자는 금융기관간 업무 장벽 철폐.

다시말해 대공황 이후 60여년간 엄격히 운영되온 은행, 보험, 증권사간
전업주의를 완화해 상호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개정 법안은 이를 위해 금융기관간 합병에 대한 규제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법안을 둘러싼 찬반 양론의 촛점은 한마디로 "경쟁력 강화"와 "약자
보호"중 어느 쪽이 우선이냐로 요약될 수 있다.

찬성하는 쪽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업무영역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은 "업무영역을 철폐하면 소형금융
기관이 도태되고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이 논쟁을 지켜보는 관전자들의 흥미를 더욱 돋구는 것은 양측의
대표주자가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위원회(FRB)의장과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이라는 점이다.

그린스펀의장은 지난 10일 금융인들의 모임인 샬로트 비즈니스 그룹
강연에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이미 시장의 힘에 의해 영업장벽이 무너지고
있고 이는 어떤 규제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루빈은 이에앞서 열렸던 같은 모임에서 "업무영역이 철폐되면
중소규모의 은행들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치 서부극의 결투장면처럼 맞서있는 루빈과 그린스펀의 뒤에는 각각의
응원세력들도 있다.

그린스펀의 지지세력은 최근 뱅크아메리카와의 합병을 선언한 네이션스뱅크
같은 대형 은행들이다.

이에비해 루빈은 중소은행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랄프 네이더 등 소비자 운동가들도 "중소은행들이
도태되면 서민금융이 위축된다"는 이유에서 루빈의 견해에 동조하고
나섰다.

소비자단체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특히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할 가능성도 낳고 있다.

이에따라 60여년만에 나온 은행법 개정안의 운명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