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근 < 공인산업디자인 전문회사협회장 >

우수디자인(Good Design) 상품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비단
디자이너뿐 아니라 생산업체와 관련자를 비롯 수출을 통한 경제회복을
바라는 온 국민의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Good Design"을 만들어 내는 일은 막연한 기대로는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열의와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품의 경쟁력은 독자적인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디자인 개발을 통해 이룬
제품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하지만 제품의 질과 기술수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평준화 추세다.

따라서 기술혁신을 통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반해 디자인은 투자비용이 적게들고 기대한 결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으며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이 기술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널리 인식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격히 악화된 경제 앞에서 디자인 투자 열기는 다시 급랭하고 있다.

현 추세와는 달리 부가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수출해 경제를 되살리려면
디자인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우리 디자인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디자인 수요는 늘고 있으나 디자인의 수준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스타일로서 제품 모양내기의 부수작업
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디자인에 대한 일관성 없는 정책, 기업의 인식부족 및 디자이너의
자기계발 미흡등이 문제라고 하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디자인 저변 확대와 인프라 구축 등을 해나가야 한다.

디자인을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강력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다른 나라의
예가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21세기 영국의 새로운 국가 이미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과거 대신 젊고 창의력이 넘치는 미래의 나라
(COOL BRITANIA)여야 한다"며 "영국을 세계의 디자인 공장으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독일도 정부차원의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MADE IN GERMANY"에서 "GERMAN
DESIGN"으로 상품표기를 바꿨다.

일본은 96년에 디자인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설정했으며 싱가포르도
이미 10년전 디자인 지향국가를 선언하는 등 세계 각국이 디자인을 문화사업
혹은 지식사업으로 그 어느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21세기에는 국가간의 문화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의 고유문화를 통한 갖가지 상품과 서비스로 세계시장에서 겨루게 될
것이다.

전통이 없는 디자인은 고유한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갖지 못하고 혁신 없는
디자인은 시대에 뒤질 수밖에 없다.

전통과 혁신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 디자인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본의 치밀성과 유럽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미국의 마케팅에
뒤지는 우리 디자인에 경쟁력을 갖게 하려면 우리만의 독특한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