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사장 정주영)이 1일 서울 호텔 롯데 크리스탈볼룸
에서 "한국의 사회윤리-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10회 사회윤리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 이사장의 인사말과 현승종 건국대이사장의 기존연설에
이어 김진현 서울시립대총장과 차인석 서울대교수의 주제발표,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의 경제위기가 초래된 원인은 경제실정에서도
찾을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세계질서에 정부 기업 노동계
등 우리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데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IMF체제이후 세계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사회의 윤리기반을 심층적으로 분석, 다가오는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 정리 = 오춘호 기자 ohc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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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시대와 윤리적 대응 ]

차인석 < 서울대 교수 >

우리 조상들은 철광을 녹여 쟁기를 만들고 황소의 힘으로 황무지를 일궈
곡식을 거두는 법을 터득했었다.

서구인들처럼 자연을 관찰 측정하며 이것에 대한 지식을 얻어내는 합리성이
있었던 것이다.

즉 우리 전통에서 합리성의 가치, 즉 객관성과 보편성의 가치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다만 명시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는 조상들의 합리성을 외면하고 있다.

서구합리성을 수용, 생산력을 발달시키고 생산구조를 합리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치과정과 경영에서 비합리성의 심화로 인해 사회구조의 자기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성의 원칙을 왜곡시킨 것은 물론 관주도 개발전략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요인이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의 합리화를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은 우리의
전통문화속에 내재돼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무속신앙이다.

이것은 기복재화의 신앙이며 철저한 물신숭배이다.

이같은 상황이 한국자본주의의 합리적 발달을 가로막는다고 말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자리잡는데에는 동서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개인들의
자아의식 성숙이 선행조건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무속신앙의 기복재화적 특성으로 인해 자아의식이 쉽게
형성되지 못했다.

자아의식의 미숙은 결국 공정한 시장경쟁에서 견디지 못하게 한다.

쾌락을 선으로, 고통을 악으로 여기는 기복재화의 무속신앙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있다는 도덕관을 허용했다.

이같은 도덕관은 경쟁원리와 실력주의가 운영규범인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양립할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유문화의 우월성을 자랑하는 일은 얼마든지 장려될 수 있다.

그러나 무속문화는 자본주의 정신과는 상극이며 그것은 민속놀이에서만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세계경제체제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탈전통에서 근대성으로의 이행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경쟁과 협력을 몸에 배게하면서 합리적인 사회를 배워야 한다.

자유와 권리는 내게만 주어지는 것들이 아니라 내 이웃들도 함께 누릴 수
있을 뿐아니라 반드시 누려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결국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가 당면한 이 위기는 자유주의 혁신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