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사장 정주영)이 1일 서울 호텔 롯데 크리스탈볼룸
에서 "한국의 사회윤리-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10회 사회윤리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 이사장의 인사말과 현승종 건국대이사장의 기존연설에
이어 김진현 서울시립대총장과 차인석 서울대교수의 주제발표,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의 경제위기가 초래된 원인은 경제실정에서도
찾을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세계질서에 정부 기업 노동계
등 우리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데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IMF체제이후 세계 상황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한국사회의 윤리기반을 심층적으로 분석, 다가오는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 정리 = 오춘호 기자 ohc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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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난 극복과 지도자 윤리 ]

김진현 < 서울시립대 총장 >

우리는 비극적인 국난을 맞았다.

지금까지 국난은 일제침략, 분단, 전쟁 등 모두 외세가 주원인이었으나
오늘의 국난은 내생적인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1년만에, 그것도 이땅의 대통령후보들이
2000년대초 세계 5대경제대국을 공약하는 선거도중 이 위기가 나타났다는
것은 참담할 만큼 비극적이다.

지금 국난은 첫째 외환 금융 기업구조조정과 실업, 둘째 IMF 조치와 맞물린
체제선택, 세째 세계적 준대공황으로 요약될 수있다.

지금 국난에 처해 개혁 개척지향의 정열과 의지가 용솟음치지 않고 도덕적
허무주의와 정당성 정체성 정통성에 대한 아나키즘이 팽배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한국병의 원천엔 도덕적 해이와 부패가 있다.

총체적 부패가 총체적 국난을 불렀다.

그래서 직접적이건 간접이건, 물질적이건 도덕적이건, 역사적이건 사법적
이건 간에 누구도 한국병의 과거, 즉 부패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체성확립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총체적 부패, 총체적 도덕적 해이를 털어내고 투명성 정당성 정상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사회통합을 이룩하려면 바로 공익의 중심에 서 있는 지도자,
특히 정치지도자들을 도덕적 기준에서 재평가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있어야
한다.

이 나라 부패의 원천적 책임이 "정치부패"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부실금융기업 정리와 산업구조개편, 실업대책과 체제
선택의 열쇠를 이들 정치지도자들이 쥐고 있다.

공무원 금융인 노동자들에게도 이 국난의 책임, 총체적 부패의 책임이
있지만 순서로 보면 하수인이고 기업인은 공범자다.

역사적 경험은 경제 교육 사회 그 어떤 개혁작업도 정치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실효가 적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한사회의 변혁, 특히 위기와 국난속의 총체적 개혁기에 최고의 효율은
근본적으로 최고지도자들의 높은 도덕성에서 찾아야 한다.

지도자들의 높은 도덕성만이 신뢰와 사회적인 신용을 만들고 사회통합과
개혁을 가능케 한다.

비상한 나라의 비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화를 지향, 지도자들이
헌신 봉사 희생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 한 국난극복은 어렵다.

그러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지도자들의 고백 참회를 제도화하고 그런후
사법적으로 사면하는 특단의 도덕경장 조치가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