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란 1년] (1) '태풍이 쓸고간 자리' .. 실업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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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현 기자 현지를 가다 >
그곳은 태풍이 강타한 저지대 빈민촌과도 같았다.
환란이라는 이름의 저주가 내린 곳이었다.
원거리에서 본 개략적인 스케치라고 할 몇개 거시지표만 봐도 처참한
몰골은 금세 드러난다.
환율, 주가, 성장률 등은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계속 바꿔 달고 있다.
기업들은 무더기로 도산하고 근로자는 길거리로 내몰린다.
"승천하는 용"은 이미 먼 전설이 됐고 아시아인의 철학도 개종을
강요받는다.
이른바 "IMF형"이라는 새로운 종교로 바뀐 것이다.
근거리에서 본 정밀화-.
그것은 가정의 붕괴와 중산층의 몰락이었다.
환란의 시작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작년 7월2일 방콕 외환시장이 시작되는 오전 8시30분.
세계 각국의 외환 딜러들은 여느때처럼 태국 중앙은행이 바트화 페그
환율을 고시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단말기에 뜬 것은 환율이 아니라 한줄의 메시지였다.
"태국은 더 이상 페그시스템을 고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한마디.
잠시 멍해 있다 정신을 차린 딜러들은 부리나케 전화통에 매달려 "바트
숏!숏!(매도)"을 외쳐댔다.
"페그 시스템 포기"는 두달여에 걸쳐 헤지펀드와 벌여온 "바트화
방어전투"에서 태국중앙은행이 패배를 선언한 것이었다.
바트화는 이날 하루만도 15% 폭락했다.
"피흘리는 아시아"의 서막이었다.
태풍은 아시아 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잇달아 강타하며 북상했다.
도미노였다.
곧바로 홍콩이 무너졌다.
10월23일 홍콩 주가는 하룻사이에 16%나 폭락했다.
10년만의 최대 폭락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아시아 탈출이 이어졌다.
다음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차례였다.
탈출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웽웽거릴 때마다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고갈돼
결국 국가부도(모라토리엄) 직전까지 몰렸다.
97년 하반기에만 아시아지역(중국 일본제외)에서 순계 기준으로 1천80억
달러가 빠져 나갔다.
주가와 통화하락으로 "허공으로 사라진" 아시아인들의 자산은 모두 2조 달러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추산).
"잘살아 보세"라며 피땀흘려 모은 돈이었다.
그렇게 IMF가 찾아왔다.
신탁통치가 시작됐다.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정리가 IMF의 첫 포고령이었다.
태국에선 96개의 금융회사중 56개가 폐쇄됐다.
15개 은행중 4개가 국유화됐다.
작년에만 8천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고 올들어서도 4천개 이상이 무너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루평균 1백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한국에선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6개월동안 매달 2천개 이상씩 모두
1만4천7백개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외환위기가 덜했던 홍콩에서도 페레그린 그룹과 캐세이퍼시픽 투자금융이
도산했고 일본에서도 4대증권사였던 야마이치 증권과 10대 대형은행이었던
홋카이도척식은행이 파산했다.
장기신용은행은 스미토모투신에 인수합병되는 날짜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가장 큰 고통은 역시 실업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루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고 태국도 올 한해 약
2백5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 홍콩 일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아시아 40억 인구중 10억명의 실업자 또는 그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고 추산했다.
길거리가 실업자로 넘쳐나면서 사회적 정치적 불안이 고조된 것은 차라리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를 불태운 폭동끝에 결국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고 말았다.
환란은 특히나 중산층을 괴멸시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끝이 안보인다는 점이다.
태풍이 비켜갔던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일본은 지금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는 참담한 풍문이 들리는 정도다.
지난 연초만 해도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시아 경제가 1~2년안에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갈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가 환란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6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forest@ >
[[ 아시아 환란 일지 ]]
<>97.7.2 : 태국, 바트화 페그제 포기
<>8.11 : IMF, 태국 1백60억불 지원
<>10.8 : 인도네시아, IMF지원 요청
<>10.23, 28 : 홍콩주가 16%, 14% 폭락
<>10.31 : IMF, 인도네시아에 4백억달러 지원 결정
<>11.17 : 원화 달러당 1천원 붕괴
<>11.21 : 한국, IMF지원 요청
<>11.24 : 야마이치증권 도산
<>12.3 : IMF, 한국에 5백70억달러 지원결정
<>12.8 : 태국, 56개 금융기관 폐쇄
<>98.1.8 : 루피아화 달러당 1만돌파
<>1.12 : 홍콩 페레그린증권 파산
<>2.10 : 인도네시아, 고정환율제선언
<>3. 6 : IMF, 인도네시아 지원중단
<>3.10 : 수하르토, 대통령 당선
<>3.16 : 한국, 외채구조조정 합의
<>4.8 : 인도네시아, IMF와 구제금융조건 재합의
<>5.4 : 인도네시아 폭동발발
<>5.26 : 엔화 급락시작
<>6.17 : 미국, 엔방어 위해 시장개입
<>6.20 : 도쿄 긴급통화회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
그곳은 태풍이 강타한 저지대 빈민촌과도 같았다.
환란이라는 이름의 저주가 내린 곳이었다.
원거리에서 본 개략적인 스케치라고 할 몇개 거시지표만 봐도 처참한
몰골은 금세 드러난다.
환율, 주가, 성장률 등은 "최악"이라는 수식어를 계속 바꿔 달고 있다.
기업들은 무더기로 도산하고 근로자는 길거리로 내몰린다.
"승천하는 용"은 이미 먼 전설이 됐고 아시아인의 철학도 개종을
강요받는다.
이른바 "IMF형"이라는 새로운 종교로 바뀐 것이다.
근거리에서 본 정밀화-.
그것은 가정의 붕괴와 중산층의 몰락이었다.
환란의 시작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작년 7월2일 방콕 외환시장이 시작되는 오전 8시30분.
세계 각국의 외환 딜러들은 여느때처럼 태국 중앙은행이 바트화 페그
환율을 고시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단말기에 뜬 것은 환율이 아니라 한줄의 메시지였다.
"태국은 더 이상 페그시스템을 고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한마디.
잠시 멍해 있다 정신을 차린 딜러들은 부리나케 전화통에 매달려 "바트
숏!숏!(매도)"을 외쳐댔다.
"페그 시스템 포기"는 두달여에 걸쳐 헤지펀드와 벌여온 "바트화
방어전투"에서 태국중앙은행이 패배를 선언한 것이었다.
바트화는 이날 하루만도 15% 폭락했다.
"피흘리는 아시아"의 서막이었다.
태풍은 아시아 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잇달아 강타하며 북상했다.
도미노였다.
곧바로 홍콩이 무너졌다.
10월23일 홍콩 주가는 하룻사이에 16%나 폭락했다.
10년만의 최대 폭락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아시아 탈출이 이어졌다.
다음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차례였다.
탈출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웽웽거릴 때마다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고갈돼
결국 국가부도(모라토리엄) 직전까지 몰렸다.
97년 하반기에만 아시아지역(중국 일본제외)에서 순계 기준으로 1천80억
달러가 빠져 나갔다.
주가와 통화하락으로 "허공으로 사라진" 아시아인들의 자산은 모두 2조 달러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추산).
"잘살아 보세"라며 피땀흘려 모은 돈이었다.
그렇게 IMF가 찾아왔다.
신탁통치가 시작됐다.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정리가 IMF의 첫 포고령이었다.
태국에선 96개의 금융회사중 56개가 폐쇄됐다.
15개 은행중 4개가 국유화됐다.
작년에만 8천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고 올들어서도 4천개 이상이 무너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루평균 1백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한국에선 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6개월동안 매달 2천개 이상씩 모두
1만4천7백개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외환위기가 덜했던 홍콩에서도 페레그린 그룹과 캐세이퍼시픽 투자금융이
도산했고 일본에서도 4대증권사였던 야마이치 증권과 10대 대형은행이었던
홋카이도척식은행이 파산했다.
장기신용은행은 스미토모투신에 인수합병되는 날짜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가장 큰 고통은 역시 실업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루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고 태국도 올 한해 약
2백5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국 홍콩 일본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아시아 40억 인구중 10억명의 실업자 또는 그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고 추산했다.
길거리가 실업자로 넘쳐나면서 사회적 정치적 불안이 고조된 것은 차라리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를 불태운 폭동끝에 결국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지고 말았다.
환란은 특히나 중산층을 괴멸시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끝이 안보인다는 점이다.
태풍이 비켜갔던 대만과 싱가포르 홍콩 일본은 지금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는 참담한 풍문이 들리는 정도다.
지난 연초만 해도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시아 경제가 1~2년안에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갈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가 환란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6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forest@ >
[[ 아시아 환란 일지 ]]
<>97.7.2 : 태국, 바트화 페그제 포기
<>8.11 : IMF, 태국 1백60억불 지원
<>10.8 : 인도네시아, IMF지원 요청
<>10.23, 28 : 홍콩주가 16%, 14% 폭락
<>10.31 : IMF, 인도네시아에 4백억달러 지원 결정
<>11.17 : 원화 달러당 1천원 붕괴
<>11.21 : 한국, IMF지원 요청
<>11.24 : 야마이치증권 도산
<>12.3 : IMF, 한국에 5백70억달러 지원결정
<>12.8 : 태국, 56개 금융기관 폐쇄
<>98.1.8 : 루피아화 달러당 1만돌파
<>1.12 : 홍콩 페레그린증권 파산
<>2.10 : 인도네시아, 고정환율제선언
<>3. 6 : IMF, 인도네시아 지원중단
<>3.10 : 수하르토, 대통령 당선
<>3.16 : 한국, 외채구조조정 합의
<>4.8 : 인도네시아, IMF와 구제금융조건 재합의
<>5.4 : 인도네시아 폭동발발
<>5.26 : 엔화 급락시작
<>6.17 : 미국, 엔방어 위해 시장개입
<>6.20 : 도쿄 긴급통화회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