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체제는 우리사회에 메가톤급 폭풍을 몰고 왔다.

거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런 가운데 본지의 기획시리즈 "IMF시대생활문화 달라진다"는 샐러리맨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시리즈의 막을 내리며 IMF를 슬기롭게 넘기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라며 "프로정신으로 무장하고
합리적인 소비관행을 몸에 배게하라"고 주장했다.

김휴종 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강성득
신세계백화점상무 황정선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건전화팀장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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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IMF는 이시대의 화두가 됐습니다.

그동안 변한것이 너무많고 앞으로 변할것도 많습니다.

우선 IMF이후 우리의 생활문화가 어떻게 변했으며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화된 소비행태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강 상무=유통업체중 특히 백화점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특징이 충동구매에서 계획구매로 바뀐데 따른 현상입니다.

예컨대 이마트 할인점에 오는 고객들을 보면 사려는 품목리스트를 미리
메모해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과거보다 가격에 상당히 민감해진것도 변화된 소비행태중 하나입니다.

할인쿠폰을 들고오는 쇼핑주부들이 많이 보입니다.

또 과거엔 미래소득을 감안한 외상소비가 많았지만 이젠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황 팀장=하지만 알뜰구매는 소득이 감소해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요.

소득이 떨어져 소비가 줄었을뿐이지 소비의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을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방향을 상실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는 정부나 언론이 제대로 국민계도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언론들은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기사만을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내수를 진작해야 경제가 살아날텐데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셈이죠.

금융소득이 많아진 고소득층의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가족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장 교수=60년대이후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해오면서
구조적으로 누적돼왔던 문제점들이 IMF를 맞아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사회정책이 부재하다보니 당장 파산.실직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거의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대기업들로 하여금 대량정리해고를 피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할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들도 더이상 버틸 처지가 아닙니다.

대량해고가 시작되면 그동안 근근히 버텨오던 가정파탄이 속출할 것입니다.

"가정 최후의 날"이 오고있는 것입니다.

서민층 중산층은 물론 일부 상류층 가정까지 파탄이 속출할 것입니다.

이는 심각한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사회=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실업률이 10%를 넘고 있지만 폭동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속해있는 아시아는 다릅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만 봐도 경제가 어려워지자 폭동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장 교수=우리나라도 국가적 안전장치가 부재상태입니다.

오늘같은 위기상황속에서도 국가에 의지할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너나없이 충실한 국민노릇을 해왔는데 국민이 어려울때 나라가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IMF는 노동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김 교수=특히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동료는 물론 선후배간에도 끈끈한 정이 없어져가는 추세입니다.

직장생활이 큰 스트레스가 되고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기업에 정리해고를 가급적 자제하도록 지시하다보니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안하고 사람을 줄이려다 보니 회사는 임시직 계약직만
몰아내고 있습니다.

실업자간에도 계층화가 생기고있는 것입니다.

큰회사에서 나온 실직자는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임시직 실직자는 손에
한푼 쥘수 없습니다.

더구나 임시직 계약직에 대한 사회적인 충격흡수장치는 거의없는
실정입니다.

*사회=IMF같은 경제위기를 경험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예컨대 미국 대공황, 일본 복합불황 등이 좋은 예겠지요.

*강 상무=유통업태도 경제상황에 맞물려 크게 변해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30년대 세계대공황을 겪은이후 급격한 소비감소로 슈퍼마켓이
탄생했습니다.

80년대 후반 경기불황기에는 디스카운트스토아가 확산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때부터 상품구입시 제품본래의 기능을 중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조도 이때 확산됐습니다.

소비계층의 양극화도 두드러졌습니다.

부자는 고급품만을 구매하고 중산층이하는 저가품위주로 사기 시작한
것이죠.

*장 교수=우리보다 먼저 IMF를 경험한 영국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도 우리에겐
참고할만한 교훈입니다.

영국은 IMF를 겪고나서 사회계층의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중산층 몰락으로 부유층과 서민층의 구분이 확연해진 것입니다.

대기업중심으로 경제난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민층을 위한 안전장치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구매력이 떨어지고 교육수준 또한 낮아져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초래됐어요.

*사회=실업대책이 먼저냐 구조조정이 먼저냐는 논란이 많습니다.

위기를 겪고 나서보니까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계층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이를 해소할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김 교수=국경의 개념이 없어진 상황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각국은 공통적으로 소득분배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그 궁극적 원인은 교육에서 찾을수 있다고 봅니다.

교육개혁을 통한 공평한 교육혜택을 줘야 균등한 소득분배가 이뤄질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클린턴 미대통령은 교육정책은 곧 경제정책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실업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우리는 교육을 사회정책으로
분류해 왔습니다.

이제는 교육정책을 경제정책적 관점에서 입안 실행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IMF는 국민이나 정부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장 교수=요즘 사회현상 특징중 하나가 애국주의적 국수주의적 행동이
많아진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의 적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둘 사이엔 모순관계가 존재합니다.

글로벌스탠더드는 사실 미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미국식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IMF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관심사입니다.

*김 교수=심각한 경제난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지않고 냉정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황 팀장=소비의 합리화 과학화 건전화가 이뤄져야합니다.

"준비된 소비"가 소비의 합리화이고 정보를 가지고하는 소비가 소비의
과학화, 시대정신에 부합된 소비가 소비의 건전화가 아닐까요.

*강 상무=소득에 걸맞는 소비가 절실합니다.

적절한 소비가 있어야 확대재생산효과가 이뤄집니다.

*사회=저는 국민각자가 프로가 돼야한다고 봅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아무도 "나"를 챙겨주질 않습니다.

프로정신을 가지고 자신이 스스로를 챙겨야 합니다.

< 정리=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