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 모면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겨를조차 없습니다"

퇴출명단에서 제외된 기업들의 반응이다.

"강제퇴장" 당하지 않은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또다른 생존
작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출대상에서 빠져 나갔다고 "생존확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은 이제부터다.

은행권의 1차퇴출은 비켜 갔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금융권의 퇴출작업은 계속된다.

생존을 위한 대기업그룹의 자발적인 구조조정도 기다리고 있다.

산넘어 산인 셈이다.

특히 금감위는 내달 15일 8대 시중은행별로 2개 그룹씩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터다.

앞으로 20여일 남은 선정과정에서 또한번 부실로 낙인 찍힐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20일 작전"에 돌입했다.

외자유치와 자산매각을 초스피드로 추진하는 등 자구계획을 서둘러 "회생
사인"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자는게 최우선 전략이다.

홍보, IR(기업설명회)전략의 전면 재점검에도 착수했다.

특히 상장사들은 퇴출 대상에 빠졌는데도 주주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아
주주들의 마음을 잡는게 급선무다.

SK케미칼은 그동안 언론에서 이름이 거명됐을 정도로 퇴출루머에 시달린
업체.

퇴출기업에서 제외되자 주가는 곧 상한가로 돌아섰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퇴출기업 발표 다음날인 19일 대책회의를 갖고 홍보및 IR전략
재점검에 들어갔다.

각 부문별 강 약점을 분석, 강점은 집중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아래 이번주
부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됐고 불황속에서도 매출이 10%이상 성장하는 등 재무
구조가 비교적 괜찮다는 점도 강조할 방침이다.

또 건강보조식품등 헬스케어(건강관련) 사업본격화에 대비, 유통망 확보를
위해 지난 19일 관계사인 SK유통지분 38.85%를 취득하는 등 공격경영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항공도 "생존 불가피론" 설파에 한창이다.

특히 빅딜 대상인 모그룹이 금융권의 구조조정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
이어서 비주력 계열사인 삼성항공의 위기감은 각별하다.

삼성항공은 국방부 고등훈련기 "KTX-2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국방사업
후광"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이미 국방부에 30여대를 납품했으며 앞으로 1백20여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부실징후기업이란 오명을 썼던 아남전자는 수출과 기업매각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현재 자본 완전잠식인데다 오디오 시장의 경쟁격화,
내수부진 등으로 영업도 부진한 상태.

아남은 퇴출기업 발표 1주일을 앞두고 미국 글로벌커넥션사에 컬러TV 등
AV(오디오비디오)제품 2억달러어치를 수출키로 하는 장기(3년)공급 계약을
체결, 퇴출의 예봉을 피했다는 후문이다.

아남은 추가 퇴출대책으로 미국의 모기업과 진행중인 매각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알루미늄도 퇴출판정은 피했지만 특단의 회생대책없이는 기업의 운명을
장담할수 없다는 판단아래 외자유치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년 연속적자에 자본잠식상태.

대한알루미늄은 현재 미국의 알코아와 2억달러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은행의 구조조정 대상그룹 선정전인 7월초 최종계약을 매듭짓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그룹의 관계자는 "퇴출 무풍지대에 놓인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피말리는 생존전쟁은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