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아녀정연촌
황유최조리타문
일야노부면부득
기래심지화도원

굶주림에 울부짖는 아이들이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데/세금을
독촉하는 관리가 문을 두들기네/늙은 지아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종이를 찾아 그 위에 도원경을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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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 사람 심주의 "도원"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절망적인 현실상황을 사실적인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종이 위에 도원경을 그린다"는 표현은 비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도원경은 현실사회의 질곡과 고통이 없는 이상향으로 진나라 때 사람
도잠(도연명)이 그의 "도화원기"에서 그려낸 가상 공간이다.

IMF구제금융 체제하에서 우리 정부가 서민들에게 그려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과연 어떤 것일까.

이병한 < 서울대 교수. 중문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