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는 환율의 평가절상을 초래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경우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자금이 국내로
유입된다.

이는 국내에 외화의 공급을 늘려 외국화폐가치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국내 화폐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절상).

국내 화폐가치가 높아지면 수출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늘어났던 수출은
다시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시장기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상황을 지켜보면 이같은 논리에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는
정반대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두 나라 화폐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나라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양국간 화폐의 가치, 즉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치가 높아지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치는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증가는 분명 엔화 가치를 높이게
된다.

그러나 화폐의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상품 거래에서만 이루러지는
것은 아니다.

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양국간 금융 자산의 거래에 의한
화폐 수요.공급이다.

일본 금융 자산, 즉 일본 채권 주식 등의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엔화의 수요가 늘어난다.

반대로 미국의 금융 자산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면 달러화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양국간 금융 자산의 수익을 대표하는 것이 금리이다.

미국금리가 일본 금리보다 높으면 투자가들은 미국 금융 자산을 선호하게
되고 달러화 수요가 늘어난다.

이는 달러화의 절상 또는 엔화의 절하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최근 몇년간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투자가들로 하여금 일본 금융 자산보다 미국 금융 자산을
선호하게 만들어 엔화 절하를 유발하는 것이다.

한편 금융 자산의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경기 기초 여건이다.

경제가 원활히 움직이면 그만큼 금융 자산의 수익성도 높아지게 된다.

일본의 경제 침체와 미국의 경제 활황을 감안하면 이 또한 최근의 엔화
절하를 더 부추기는 요인인다.

양국간 환율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가 정부간 개입이다.

이는 1985년 주요 선진국들간 환율조정을 이루어 냈던 플라자 합의에서
잘 드러난다.

플라자 합의에서 세계 주요선진국들은 일본의 무역 수지 흑자가 너무
커지자 서로 합의하에 일본 엔화를 절상시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 했다.

이후 일본 엔화는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절상된바 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미국의 엔화 절하 용인으로 지금까지 절하세로 돌아서
지금까지 그 추세가 유지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개입 역시 앞에서 언급한 외환의 수요 공급 원칙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무역 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엔화 절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일본 경제의 기초여건 악화와 미일간 금리차 등과
같은 금융 자산 선호상의 이유이다.

따라서 엔화 절하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다시 좋아지거나
미.일간 금리차가 좁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 침체의 원인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미국은 물가
상승을 우려하여 오히려 금리를 높이려 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투자 위축을
꺼려 금리를 인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엔화 절하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과거 플라자 합의와
같은 선진국들의 공동 대응밖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두용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yangdy@h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