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세계일류로] 미국의 성공에서 배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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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제 경제계에서 회자되는 화두는 "미국경제의 화려한 부활과 아시아
경제의 어이없는 추락"이다.
이 극적 반전에 대한 진단결과는 벌써 나와 있다.
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했는지 여부가 두 나라의 경쟁력을 천양지차로 벌려
놓았다.
"정리"의 아픔을 딛고 전대미문의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의 전례는 이 순간
우리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한발앞서 추진한 구조조정의 드라마를 되짚어본다.
=======================================================================
한국 정부가 55개에 달하는 "퇴출기업"을 선정했다는 기사가 실린 17일
(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켠에는 IBM이 프린터 사업 부문을
매각키로 했다는 뉴스가 실렸다.
연간매출이 20억달러에 달하는 프린터 사업은 이 회사의 중요한 흑자부문중
한 축을 이뤄 왔다.
관련장비와 부품생산 등 산업연관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효자사업"이다.
IBM이 그런 프린터 사업을 퇴출시키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의 전략형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주안점은 "현재"가 아닌 "미래"였다.
지금 당장은 돈이 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 사업은 미련
없이 잘라 버린다는 선언이다.
이 회사는 얼마전에도 파워PC의 반도체 디자인 사업부를 정리했다.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대신 회사의 힘을 미래 유망업종인 컴퓨터 및 관련 서비스사업에 집중
시킨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IBM의 선택이 바로 미국과 일본의 역전배경을 한마디로 웅변한다.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에비해 일본의 선택은 달랐다.
"도산은 있어도 퇴출은 없다"는게 지론이었다.
90년대 초이후 불과 7-8년동안 이렇게 다른 길을 가는 동안 두 나라의
경쟁력은 더이상 만나기 어려울 만큼 벌어지고 말았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허울만 남은 공룡"으로 불리던 미국의 주요산업은
오늘날 라이벌도 없이 독주하고 있다.
반면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일본은 벼랑끝으로 몰려 있다.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명암의 쌍곡선은 구조조정의 실체적 유무에서 비롯
된다.
금융산업이 대표적 경우다.
미국은 80년대 저축대부조합(S&L)의 대규모 부실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맞았었다.
감독당국은 수백개에 달하는 부실 금융기관들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정면돌파"로 난국타개의 가닥을 잡아 나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들의 대규모 부실사태에 직면한
일본은 반대방향을 택했다.
엄청난 구제금융을 투입함으로써 부실의 확대재생산을 자초했다.
결국 작년12월 4대 증권사였던 다이와증권의 도산을 시발로 대형 금융
회사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귀착된다.
가능성 없는 분야는 미련없이 잘라내는 미국식 구조조정은 금융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등 전 업종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거나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치고 제살을, 그것도
가장 아끼는 부분을 잘라내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메모리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작으로 판단되자 이를 과감히 처분한
AT&T나 회사의 모태였던 전자사업을 송두리째 넘겨버리고 방송으로 주력
사업을 돌려버린 웨스팅하우스의 사례는 고전적인 경우에 속한다.
특히 한계사업 정리와 감량경영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게 미국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무려 95만명에 달했던 AT&T는 기업분할과
일부 사업정리 등을 거치면서 30만여명으로 인원을 줄였다.
79년부터 95년 사이에 이렇게 일터에서 "조정당한" 미국인이 무려
4천3백만명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매년 3백여만명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폭력사건으로 인한 연간 희생자(평균 2백여만명)를 훨씬 웃돈다는 통계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오래지 않아 화려한 "부활"로 보답받았다.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통해 한계사업을 정리함으로써 기반을 다진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되찾아 나갔다.
그 성과는 고용의 "원상회복+알파"로 나타났다.
79년 이후 고용순증인원은 자그만치 2천7백만명에 달했다.
80년대 후반 한때 10%에까지 육박했던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4.3%로
까지 떨어졌다.
미국기업들의 이같은 극적인 회생 드라마는 위기탈출에 결코 "공짜"가
없음을 보여준다(조슈아 밀즈 콜럼비아대 교수).
주목을 끄는 점은 미국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는 대목이다.
특히 레이건 행정부 이후 일관되게 추진한 규제완화가 기업인들에게
"사업할 맛"을 나게 했다.
93년 취임한 클린턴 행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NPR(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무려 7백여건의 규제완화 법안을 실천에 옮겼다.
기업들이 사업이나 인원을 정리하는데 장애가 되는 제도는 가차없이
"정리"했다.
컴퓨터 정보통신 유전공학 등의 벤처산업을 활성화해 경제전반에 혁신바람
을 몰아넣어 준 것도 바로 정부였다.
정부는 규제의 칼자루를 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금융기관과 기업은 구조
조정의 고통을 회피하려다 최악의 궁지로 몰린 일본의 모습은 한국의 갈길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
경제의 어이없는 추락"이다.
이 극적 반전에 대한 진단결과는 벌써 나와 있다.
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했는지 여부가 두 나라의 경쟁력을 천양지차로 벌려
놓았다.
"정리"의 아픔을 딛고 전대미문의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의 전례는 이 순간
우리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한발앞서 추진한 구조조정의 드라마를 되짚어본다.
=======================================================================
한국 정부가 55개에 달하는 "퇴출기업"을 선정했다는 기사가 실린 17일
(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켠에는 IBM이 프린터 사업 부문을
매각키로 했다는 뉴스가 실렸다.
연간매출이 20억달러에 달하는 프린터 사업은 이 회사의 중요한 흑자부문중
한 축을 이뤄 왔다.
관련장비와 부품생산 등 산업연관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효자사업"이다.
IBM이 그런 프린터 사업을 퇴출시키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의 전략형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주안점은 "현재"가 아닌 "미래"였다.
지금 당장은 돈이 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 사업은 미련
없이 잘라 버린다는 선언이다.
이 회사는 얼마전에도 파워PC의 반도체 디자인 사업부를 정리했다.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대신 회사의 힘을 미래 유망업종인 컴퓨터 및 관련 서비스사업에 집중
시킨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IBM의 선택이 바로 미국과 일본의 역전배경을 한마디로 웅변한다.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에비해 일본의 선택은 달랐다.
"도산은 있어도 퇴출은 없다"는게 지론이었다.
90년대 초이후 불과 7-8년동안 이렇게 다른 길을 가는 동안 두 나라의
경쟁력은 더이상 만나기 어려울 만큼 벌어지고 말았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허울만 남은 공룡"으로 불리던 미국의 주요산업은
오늘날 라이벌도 없이 독주하고 있다.
반면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일본은 벼랑끝으로 몰려 있다.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명암의 쌍곡선은 구조조정의 실체적 유무에서 비롯
된다.
금융산업이 대표적 경우다.
미국은 80년대 저축대부조합(S&L)의 대규모 부실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맞았었다.
감독당국은 수백개에 달하는 부실 금융기관들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정면돌파"로 난국타개의 가닥을 잡아 나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들의 대규모 부실사태에 직면한
일본은 반대방향을 택했다.
엄청난 구제금융을 투입함으로써 부실의 확대재생산을 자초했다.
결국 작년12월 4대 증권사였던 다이와증권의 도산을 시발로 대형 금융
회사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귀착된다.
가능성 없는 분야는 미련없이 잘라내는 미국식 구조조정은 금융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등 전 업종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거나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치고 제살을, 그것도
가장 아끼는 부분을 잘라내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메모리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작으로 판단되자 이를 과감히 처분한
AT&T나 회사의 모태였던 전자사업을 송두리째 넘겨버리고 방송으로 주력
사업을 돌려버린 웨스팅하우스의 사례는 고전적인 경우에 속한다.
특히 한계사업 정리와 감량경영 과정에서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게 미국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무려 95만명에 달했던 AT&T는 기업분할과
일부 사업정리 등을 거치면서 30만여명으로 인원을 줄였다.
79년부터 95년 사이에 이렇게 일터에서 "조정당한" 미국인이 무려
4천3백만명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매년 3백여만명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폭력사건으로 인한 연간 희생자(평균 2백여만명)를 훨씬 웃돈다는 통계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오래지 않아 화려한 "부활"로 보답받았다.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통해 한계사업을 정리함으로써 기반을 다진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되찾아 나갔다.
그 성과는 고용의 "원상회복+알파"로 나타났다.
79년 이후 고용순증인원은 자그만치 2천7백만명에 달했다.
80년대 후반 한때 10%에까지 육박했던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4.3%로
까지 떨어졌다.
미국기업들의 이같은 극적인 회생 드라마는 위기탈출에 결코 "공짜"가
없음을 보여준다(조슈아 밀즈 콜럼비아대 교수).
주목을 끄는 점은 미국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는 대목이다.
특히 레이건 행정부 이후 일관되게 추진한 규제완화가 기업인들에게
"사업할 맛"을 나게 했다.
93년 취임한 클린턴 행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NPR(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무려 7백여건의 규제완화 법안을 실천에 옮겼다.
기업들이 사업이나 인원을 정리하는데 장애가 되는 제도는 가차없이
"정리"했다.
컴퓨터 정보통신 유전공학 등의 벤처산업을 활성화해 경제전반에 혁신바람
을 몰아넣어 준 것도 바로 정부였다.
정부는 규제의 칼자루를 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금융기관과 기업은 구조
조정의 고통을 회피하려다 최악의 궁지로 몰린 일본의 모습은 한국의 갈길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