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자연 현상을 압축하여 64괘로 표현한 주역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음효와 양효다.

일직선으로 그어서 양의 개념을 표현한 것이 양효이며 끊어진 두 개의
선으로 나타난 것이 음효이다.

곧 팽창, 발산, 밝음의 총체적 상징인 양의 기운은 양효로, 수축, 수렴,
어두움의 표상인 음의 기운은 음효로 나타난다.

혼돈 상태의 태극에서 분화된 음과 양을 묶어서 양의라고 표현한다.

우리 태극기의 왼쪽상단 건괘는 세 개의 양효로, 오른쪽 하단 곤괘는
세 개의 음효로 이루어져 있다.

2의 제곱으로 분화되어 나가는 주역의 특성상 음과 양은 또다시 변화를
거듭한다.

양에서 음과 양이 또 다시 나타나고, 음에서 음과 양이 다시 한 번
발생한다.

이렇게 분화된 네 개의 형상을 사상이라고 한다.

양에서 다시 양으로 분화돼 나간 순양의 것을 태양이라 하고, 양에서 음으로
분화되어 나간 것을 소음이라 한다.

소음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상/하 양효로 이루어진 두 개의 효중 겉에서
보이는 상효의 모습이, 막대기의 가운데가 뚫어진 음의 모습을 취하고 하효는
양의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음에서 다시 양으로 분화된 것을(상효가 양, 하효가 음)
소양, 음에서 음으로 갈라져 나간 것을 순수한 태음으로 상징한다.

이렇게 분화되어 가는 모습은 태초의 조상에서 차츰 갈라져 나가는 가계도
(family tree)를 상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동무 이제마 선생은 동의수세보원 에서 그만의 독특한 사상체질의학을
발전시켰다.

사상의학의 가장 큰 본질은 자연을 함축한 역의 원리가 인간의 신체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진단자료를 이용하여 체질을 단순히 네 개중 어느 하나에
배속한다라 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겠지만, 굳이 네 개의 체질로 구분한데는
상당량의 복잡하고 어려운 설명이 따라야 한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유의 체질론으로 살아 남아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역의 정교한 체계가 분명한 논리로 그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 / 역학연구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