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인 "칵테일"을 개발, 벤처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화이트미디어 이상협사장(19).

그는 제품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SW)장사"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제품을 내놓은지 며칠뒤 곧바로 불법복제 제품이 나돌았기 때문.

9만9천원짜리 "칵테일"은 암시장에서 1만원에 팔려나갔다.

그는 결국 국내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는 이 사장 만의 얘기는 아니다.

SW업계의 일반화된 현상이다.

문서작성SW 및 PC통신 접속프로그램, 게임.교육용 SW등이 불법복제의
장벽을 넘지 못해 흔들리고 있다.

투자비도 건지지 못해 후속버전 개발을 포기하는 업체도 흔하다.

결국 "아래아한글"사업을 포기한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그동안의
노력을 들여 차라리 청바지 장사를 했더라면 떼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지적소유권에 무관심한 풍토가 SW산업 기반을 통채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SW산업협회가 적발한 불법SW 사용 업체는 7백20개.

96년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어났다.

이중 컴퓨터학원이 31.4%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이 20%로 그뒤를
이었다.

대기업도 35개 업체나 적발됐다.

또 최근 울산공단내 40개기업을 대상으로 불법SW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 모두가 복제SW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PC통신은 이같은 불법복제SW의 주된 유통 경로이다.

"SW도둑"은 한밤에 PC통신에 복제SW리스트를 올려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구멍가게"수준으로 이같은 일을 했으나
최근들어 기업화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SW불법복제를 퇴치하는 길은 강력한 단속밖에 없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검.경이 앞장서서 불법SW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일벌백계식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불법SW를 사용하면 결국 손해 본다"는
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

SW공급 업체들도 복제품 유통과정을 파악, 고발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덤핑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의 SW관련 프로젝트 발주 방식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PC구매대금의 10%를 SW구입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함으로써 이 정책이 효과를 못내고 있다.

특히 덤핑경쟁은 전산시스템의 부실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력 평가후 가격 협상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입찰 관행을 고칠 필요가 있다.

또 중소SW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게 가산점을 줘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과학기술부 노임단가에서 정한 SW관련 프로젝트 비용 산정방식도
현실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정부의 중소SW업체 지원방법도 재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최근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고있지만 이 돈이
영세업체에게 제대로 흘러들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 담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