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 심화와 유엔의 대(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 전면해제
가능성으로 국제유가가 또다시 폭락해 12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7월물은 전일 대비
1.04달러 떨어진 배럴당 11.5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86년 8월이후 12년만에 최저치이다.

이날 유가는 배럴당 11.42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런던 석유시장에서도 7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이 24센트 하락해 배럴당
12.17달러에 장을 마쳤고 두바이유(현물)도 3센트 떨어진 배럴당 11.27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처럼 유가가 급락한 것은 엔 폭락으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이 지역의 원유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도 올 석유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급측면에서도 유가회복에 도움이 되는 요인은 별로 없다.

올해초부터 계속된 산유국들의 감산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잇달아 추가감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산유국들의 경제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견해차이도 심해 감산이 제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유엔이 지난 90년에 발동한 대이라크 경제재제조치를 조만간 전면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진 것도
유가를 떨어뜨렸다.

이라크내 생화학무기를 조사하고 있는 리처드 버틀러 유엔 대량파괴 무기
사찰단장은 이날 "이라크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조사가 두달 안에
끝날 것이며 그럴 경우 경제제재 조치도 전면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협의회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16일
회담을 갖고 석유시장 상황에 관해 논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오는 24일 총회에서 유가 약세및 안정화 방안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감산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유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 확실해 산유국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유가회복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