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필자가 맥킨지컨설팅에서 일할때다.

국내 재벌총수들이 오마에 겐이치로부터 개인교수를 받는 자리였다.

오마에는 강의 시작전 미리 테이블 위에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등을 갖다
놓도록 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평소에 자주 읽는 외국잡지가 뭡니까?"

대답은 여러가지였다.

"뉴스위크" "파이낸셜타임스" "타임" 등등.

그러자 오마에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이코노미스트들에게만 물건을 팔겁니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독자들이 읽는 것을 보아야만 이들을 상대로 어떤
물건을 어떻게 팔지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이들이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 우리의 기업풍토에서는 경영진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담당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체계적인 스킬을 쌓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금융 분야가 특히 그러하다.

그렇다면 경영자의 국제금융 공부는 어디서 시작돼야 할 것인가.

제일 먼저 강조되어야 할 점은 "가만히 있는 것도 투기행위"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흔히 투기라고 하면 가격이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을 기대해서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하지만 사업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도
투기와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무지에 의해 초래된 투기행위인 것이다.

일례로 달러로 수입을 하고 3개월 뒤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하자.

오늘 시점에서의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인데 3개월 뒤의 환율이
1천5백원이 된다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달러당 2백원씩의 손해를
입게 된다.

구매원가가 단번에 15%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외화로 자금을 끌어 쓴 경우에도 위험은 상존한다.

돈을 빌린 시점보다 돈을 갚을 시점의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대로 환차손이
발생해서 회사의 이익을 갉아먹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환율변동에 의해서도 회사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이다.

한 업체가 독일업체와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자.

이때 마르크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절하되면 경쟁사 제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하락함으로써 이 회사는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외견상 마르크화의 변동이 전혀 무관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경영실적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영자의 국제금융 공부는 바로 이러한 기본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환율의 변동이 회사의 경영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대한 대응책을 끊임없이 밑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찬근 < 인천대 교수 ckl1022@lion.inch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