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장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5년 4월에 달러당 80엔대였던 엔화 환율이 속락을 거듭하면서 지난
6월8일에는 7년만에 1백40엔대를 돌파했다.

엔화 환율의 상승은 엔화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엔저는 일본제품의 수출가격을 낮추고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엔화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95년 이후 4년째 접어든 장기 엔저 현상이 최근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경기의 호조<>미.일 금리차 확대<>미국의 고달러화 정책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일본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경제는 지난 1.4분기에
4.8%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냄으로써 신뢰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같은 경기호조를 반영해 미국 금리는 재할인금리 기준으로 일본 금리보다
4.5%포인트나 높은 상태에 있다.

이에따라 일본투자가들의 미국투자가 늘어나면서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정부는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엔저를
허용하는 외환정책을 쓰고 있다.

세계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으로서는 외환위기를 겪기 이전의 아시아 각국과
같이 자국통화의 강세가 자본유입을 촉진해 증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측면을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또 유럽 단일통화인 유러화의 등장, 엔화의 국제화시도 등 국제
통화의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 달러화의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기 부진이나 금융불안도 엔저 요인이지만 이는 이미 엔화 환율에
상당히 반영된 상태다.

또 30조엔이 넘는 일본 금융시스템 안정화대책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의 엔저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향후 엔저가 어느정도까지 지속될 것인지의 여부는 미국경기 동향과
미국정부의 외환정책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4%가 넘는 성장세는 미국경제로서도 지속하기 어려운 과열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4분기 이후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지나친 엔저 추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2.4분기 이후 2%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미국경기 둔화와 함께 미국정부가 고달러 정책을
수정하게 되면 엔화는 하반기 이후 1백30~1백40엔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엔저의 장기화와 아시아 경기 침체로 미국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엔저->미국기업 수익 악화->미국 증시 하락<-미국경기 급락이 우려될
경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 경제가 4%를 넘는 과열 성장세를 지속하고 미국 정부의
고달러화 정책이 계속될 경우 엔화는 1백50~1백60엔대의 초엔저를 시현할
가능성이 있다.

엔화 환율의 향방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전망이 어렵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와 일본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당분간은 1백40~
1백45엔 수준의 엔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하반기 이후 미국경기의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엔화가 강세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jplee@erinet.lge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