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면서 재계가 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빅딜이 성사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설혹 억지로 이뤄져도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문을 사고 파는데 따라 당사자들에 이득이
돌아가야 빅딜이 성사될 수 있는데 아직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빅딜 조기실현가능성을 일축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여론몰이식으로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빅딜을 추진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했다.

<> 성공해도 부작용 적지 않다 = 재계는 빅딜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삼성이 LG반도체를 가져간다고 해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삼성에 무슨 덕이 되겠느냐는게 삼성측 반응이다.

특히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설비를 늘릴 경우 기존 사업까지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제조기술의 차이도 빅딜의 부작용을 가져올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화학분야가 그런 업종이다.

석유화학 전문가들은 제품이 같다고 해서 모든 공정이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기술제휴선에 따라 제조공법이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

때문에 석유화학분야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거의 볼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빅딜얘기가 나오면 석유화학이 약방의 감초꼴로 등장한다.

빅딜후 합병과정에서 기술제휴업체 등 외국거래선에 줄 혼선도 적지 않다.

서울에 있는 일본 종합상사의 한관계자는 빅딜여파로 기존 거래업체의
소유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본사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대기업간 빅딜문제는 그만큼 미묘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다.

<> 정산도 쉽지 않다 = 빅딜이 성사되도 정산에 따른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대우가 쌍용차를 일괄 인수하는데도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쌍용차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
하는데 두달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M&A 전문가들은 경영권인수를 위해 자산규모가 수백억원인 회사의 자산과
영업권 경영권프리미엄을 산정하는데 줄잡아 서너달정도는 걸린다고 말한다.

빅딜대상에 오른 대기업의 순자산(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규모)은 1조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아무리 객관적인 자산실사단이 구성돼 정산작업을 벌여도 6개월이상
작업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최종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대로 구체적인 빅딜안이 금명간 발표돼도 정산
과정에서 거래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재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빅딜이 꼭 개혁은 아니다 = 재계는 한걸음 나아가 빅딜이 대외적으로
개혁이미지를 전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딜은 선진국에서도 쉽게 예를 찾아볼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빅딜은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빅딜후유증에 대한 검증없이 단순히 개혁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빅딜안을 밀어부치면 예상못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 외국기업
사장은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브로커는 "우리나라에서 빅딜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홍콩 투자자가 불안감을 나타내며 빅딜대상업체의 주식보유여부를 재검토해
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요즘같이 어려울 때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고
해도 자발적으로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으로 개혁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