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경월의 고급소주인 청산리벽계수가 지난해말 생산이 중단됐다.

남양유업의 다우우유도 사라졌다.

롯데칠성이 생산하는 프리미엄 델몬트주스 등 1백% 고급주스류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0%이상 줄었다.

IMF 한파와 함께 이처럼 프리미엄급 제품수요가 현저히 줄어들자 복고풍
제품들이 슬그머니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소득감소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옛날로 돌려 놓으면서 유통시장에 복고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바람을 타기 위해 한시적이나마 10~20년전 가격으로 제품을 파는 ''가격
복고'' 현상도 나타난다.

''불효자는 웁니다'' 류의 신파조 연극이 앙코르 연장공연에 들어가는 등
큰 인기를 얻는 것과 양상이 흡사하다.

70~80년대 유행했던 초코파이 맛동산 꼬깔콘 등이 최근들어 또다시
소비자들의 입맛을 끄는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74년 첫선을 보인 동양제과의 초코파이는 최근 한달 매출액이 6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월평균 매출액이 45억원 정도였으니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단일 제과 품목으로 사상 최고액수이다.

해태제과의 맛동산도 지난해 월평균 매출액이 20억원 정도에 머물렀으나 올
3,4월에는 50억원을 돌파했다.

75년 모습을 드러낸 이 제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출이 급증하자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렸다.

롯데제과는 74년생 스카치캔디의 매출이 지난해 월평균 7억원에서 최근
12억원으로 7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83년 선보인 꼬깔콘은 10억원에서 14억원으로 40% 급증했다.

농심의 경우 71년 출시한 새우깡제품이 월평균 4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자사의 스낵부문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빙과시장도 복고품 일색이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란 CM송으로 국내에 아이스크림 대중화
바람을 일으킨 해태 부라보콘, 그리고 롯데 월드콘과 빙그레 포미콘이 올
아이스크림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70년대 선을 보인 제품들이다.

또 해태제과는 지난 74년 생산한 누가바, 76년 나온 바밤바 등 두 인기제품
의 포장에 출시연도를 명기해 장기간 검증된 아이스바임을 광고하고 있다.

특히 바밤바의 겉포장 디자인은 아예 옛것으로 바꿨다.

빙그레는 70년대 인기제품인 얼음 알갱이가 씹히는 빛나바를 아샤샤란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키스파는 "돌아온 키스파"로 개명해 시중에 팔고 있다.

롯데제과의 월드콘은 이달들어 지난해의 2배 수준인 하루에 50만개 정도가
팔리고 있다.

나선형 모양으로 80년대 히트를 쳤던 롯데 스크루바도 다시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삼강은 배 딸기맛이 나는 쭈쭈바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는 IMF시대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 판촉하기보다는 기존제품의 판매를
강화하는게 오히려 유리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신제품을 히트시키는데 개발비 판촉비 등을 감안, 최소 50억원이 드는 등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신제품이 반드시 히트할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위험회피 심리도 다분히
깔려 있다.

복고바람은 제품에만 부는 것은 아니다.

유통가격에도 그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한시적이나마 제품을 10~20년전의 가격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상술도 성행하고 있다.

(주)부흥은 지난달 뉴코아백화점 서울점에서 쟌피엘브랜드 신사복 정장
한벌을 2만원에 한정판매했다.

19년전 쟌피엘브랜드가 처음 선을 보인때의 가격이다.

바지도 당시 가격인 1만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부도를 냈던 부흥은 화의가 개시된 것을 기념, 이같은 사은행사를
실시했다.

그랜드백화점은 개점 12주년 기념으로 지난 4월29일부터 6일간 식품 잡화
등 30여개 제품을 12년전 가격으로 팔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장면의 경우 당초 첫날 하루만 당시 가격인 1천2백원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 이를 연장 실시했다.

신라명과도 호텔신라에서 분리된지 15년을 기념, 지난 4월초 15일간 15년전
가격으로 식빵 케이크 등을 판매했다.

회사측은 제품가를 평균 40% 이상 내렸으나 판매량이 평소의 8배에 이르러
오히려 매출이 20% 늘어나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고객들에게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매출도 늘리는 이중 효과를 본 셈이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복고바람이 국내경기가 IMF 충격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려워진 현실이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 일으킨 결과란 분석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