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동양의 실리콘밸리"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대만을 이렇게 치켜 세웠다.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 예상치는 5%.

이 수치를 의심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대만의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산업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이웃나라들의 경제위기도 첨단산업 덕분에
"남의 일"이 되고 있다고 대만의 첨단산업을 평가했다.

특히 포브스는 "한국 일본은 왜 안되고 대만은 되는가"를 비교분석했다.

대만에서 첨단산업이 클 수 있는 이유중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테크놀로지 캐피털"이다.

대만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낮다.

평균부채비율은 한국의 1백대기업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는 적은 없다.

자본이 기술을 따라 흐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끊임없이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여기로 자본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게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점이다.

"번 돈을 은행에 묵히지 않고 다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게 일반화돼있다"
(웬코 벤처캐피털리스트).

이것은 "기업가정신"과 깊은 관계가 있다.

대만에서는 누구나 사장이 되고 싶어한다(폴 왕 PVP사장).

창업의욕을 배양시킨 원동력은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정책.

대만은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의 물리지 않는다.

지난 80년대초 반도체회사가 50% 가까운 마진을 낼때도 세금이 없었다.

벤처캐피털에 투자된 자금중 20%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안낸다.

기업들은 수출증대와 고용창출로 화답한다.

첨단산업에 돈이 몰리고 회사설립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회사나 정부만 득을 보는 게 아니다.

종업원들에게도 엄청난 이익이 돌아간다.

대만 첨단산업업체들은 자사주식을 종업원들이 액면가로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이것을 시장에 내다판다.

지난 18개월간 대만 전자업체의 주가는 1백70%나 올랐다.

종업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10배가 넘는 이익을 얻은 셈이다.

업체들의 전략도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우선 자사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다.

또 몇개 기업에 기술이 집중돼 있지도 않다.

자연스럽게 내부 경쟁을 하게 된다.

가격은 낮아지고 제품의 질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러니 해외 바이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구매환경이 될 수 밖에 없다.

IBM이 올해 대만에서 구입해갈 물량이 자그만치 18억달러어치에 이른다.

지난 94년에는 3억달러어치만 사갔다.

실리콘밸리와 대만을 잇는 파이프라인은 이처럼 더욱 넓고 단단해지고
있다.

물론 한국은 이 파이프라인에서 비켜나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