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의 애국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외제의 국내시장공격을 막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외제에 점령당한 의료용품 시장에서 국산개발에 매진, 달러를 지키는
''투사''가 있다.

가톨릭대 의대 김응국 교수(일반외과)가 바로 주인공이다.

수술과 강의하기도 바쁜데 잇달아 국산의료용소모품을 개발, 주위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은 고물상을 연상케한다.

한켠에는 외국산 수술기구와 의료용소모품이 즐비하다.

짬만 나면 수백번 뜯어보고 조립하곤 한다.

벤치마킹을 통해 더좋은 물건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IMF시대를 예견이나 한 것처럼 김교수는 7년전부터 국산화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는 병원에서 가장 수술을 많이 하기로 소문나 있다.

수술할때 얻은 아이디어를 의료용품 개발로 연결시킨다.

이렇게 해서 좋은 물건들이 속속 빛을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복강경을 꽂을때 유도지지하는 투관침 개발에 성공했다.

그결과 60만원짜리 외제품을 12만원짜리 국산품으로 대체했다.

뿐만 아니다.

떼어낸 종양 고름을 받아내는 적출물수거용 비닐백을 국산화했다.

20만원짜리 외제를 2만5천원짜리로 바꿔놓았다.

수술시 흘러나오는 피나 고름을 씻어내는 관류세척기도 만들었다.

15만원짜리 외제품을 2만원짜리 국산으로 밀어내게 됐다.

이밖에 복강경수술과 관절경수술에 필요한 가위 박리기 집게의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처음엔 많은 의사들이 이를 외면했다.

그러나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더구나 IMF가 닥치면서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그가 개발한 의료용품이 훨씬 싸진 때문이다.

그는 대다수의 병원들이 비싼 외제 의료용품을 쓰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 그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쪽으로 넘어가는 탓이다.

일부 병원들은 외제 의료소품을 소독해 재사용한다.

경비절감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것은 간염 에이즈 등 바이러스에 대한 멸균상태를 보장할 수 없어
위험하다.

김교수는 "이런 의료용품을 국산화해 하루빨리 병원과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료용품의 국산화가 안되는 이유를 이렇게 요약한다.

<>의사들의 외국의료기기에 대한 맹신 <>국산화의지 결여 <>국내시장협소와
수출전략 부재 등이다.

그러나 의사와 의료기기제조업체가 긴밀히 협력하면 이같은 한계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종메디칼 솔고 메디슨 등의 실무자와 접촉한다.

이러다가 외과전문의가 의공학자로 탈바꿈하는 게 아니냐고 동료교수들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의료용구 국산화로 "경제적 인술"을 펴는 그.

김교수 같은 이들이 많아야 6천억원이 넘는 의료기기 및 용품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