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회사의 직원들이 새회사를 창업, 8개월만에 2백만달러가 넘는 수출
주문을 따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구로공단에 있는 나래기계공업(대표 노희윤)이 바로 그 업체.

지난해 9월 부도를 낸 한동기계의 직원들이 모여 만들었다.

한동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식품자동화라인 제작업체.

병이나 캔을 가지런히 세우고 내용물을 넣은뒤 마개를 막고 출고하는
자동화설비를 만든다.

품목은 용기정렬기 액체주입기 캐핑기 팰리타이저 등.

품질조건이 까다롭고 자존심이 강한 일본의 식품및 제약업체 상당수가 이
회사 설비를 쓸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일본 굴지의 제약업체인 어쓰제약도 고객중 하나.

하지만 국내업체에 납품하고 받은 30억원대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연쇄도산의 비운을 맞았다.

사장은 해외로 떠났다.

기술력을 아깝게 생각한 직원들이 노희윤(41) 영엽부장을 중심으로 뭉쳤다.

전체 직원 70명중 절반인 35명이 창업에 동참했다.

고영일 공장장과 신영도 차장 김주효 과장등은 기계제작과 설계분야에서
15년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

노씨는 집안의 돈을 끌어모아 10억원을 투자, 지난해 10월 부천에서
나래기계를 창업한뒤 올 5월중순 구로공단으로 이전했다.

직장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직원들은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한동이 계약한뒤 납품하지 못한 설비를 제작 설치해 주고 일본 중국 태국
등 외국을 돌며 수주에 나섰다.

나래기계라는 생소한 이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업체들은 한동 출신이
만든 업체라는 얘기를 듣고 주문을 내기 시작했다.

필리핀 메트로랍이 식용유라인과 생수라인 등 2개라인 90만달러어치를
주문한 것을 비롯 중국 선양시 정부는 캔자동화라인, 일본 식품업체인
미야타는 간장라인을 주문하는 등 총 2백10만달러어치를 발주했다.

건국수맥 호세아식품 등 국내업체들의 주문도 꾸준히 이어져 계약금액이
수출을 포함, 47억원에 이른다.

연말까진 1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맨 출신의 노사장이 국내외를 돌며 수주에 앞장선 것은 물론이다.

올 가을엔 도쿄팩전시회와 태국전시회에도 출품하는등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시장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또 희망하는 사람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도 더욱 늘리기로 했다.

노 사장은 "아직 부채가 한푼도 없다"며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
으로 세계시장에서 날개를 활짝 펴보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02)859-5331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