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은 "산에는 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을 오르다보면 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에 올라 3~4시간 정도 머물다 내려오면 1주일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매달 보름달이 뜨면 반드시 야간산행에 나선다.

가끔씩 음기도 쏘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급한 사정으로 보름에 맞추지 못하면 이튿날이라도 등산배낭을 싼다.

북한산에서 보름달과 서울야경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맑아지는 것 같다.

야간산행 말고도 한주에 한번씩은 산을 찾는다.

그냥 산보하듯 하는게 아니라 "과격하게" 산을 탄다.

되도록 빨리 걷고 일부러 험한 코스를 택한다.

중학교시절부터 산을 좋아했던 만큼 한번의 고된 산행으로 한주를 버틸
체력과 기를 모을 수 있다.

험한 비탈길을 힘들게 오르다 보면 살아있다는 것은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겸허하게 사는 자세를 배운다.

육체적 단련 외에 정신적인 수양도 하는 셈이다.

젊은 사람과 같이 산행을 가도 뒤지지 않는다.

얼마전부터 교수들의 등산모임에 어울리고 있다.

교수들이 내가 참가하는 날은 "고생"하는 날로 여긴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통 일요일에 등산을 하지만 나는 토요일에 산에 오른다.

일요일에는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토요일 낮 김밥을 싸들고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찾는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1시나 돼야 집에 들어가는 피곤한 생활중에도
명상과 음악감상을 빠뜨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다.

또 좋지 않은 일은 잘 잊어버린다.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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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