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의 국제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금융기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제는 영업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가감없이 재무제표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누려왔던 각종 "예외인정 혜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업무특성이라는 명목아래 유가증권이나 대손충당금
평가방법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아왔다.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감독당국의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상품주식의
평가손을 15%에서 많게는 50%밖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 여신이나 지급보증 과정에서 거래기업의 부도 등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했더라도 대손충당금을 1백%까지 쌓을 필요가 없었다.

이같은 "예외규정"은 금융기관의 손실을 그만큼 줄여줘 이익을 부풀리는
역할을 했다.

게다가 금융기관에 대한 "봐주기식 회계잣대"는 금융기관 부실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덕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금융기관 회계체계의 난맥상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에서도 비롯됐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중간 감독기관이 만든 기존의 금융기관별
회계규정은 투자자나 채권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독기관의
업무상 편의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이유때문에 금융기관에 대한 예외조항은 회계투명성을 저해해온
동시에 외국인들이 한국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할때 우선적으로 문제삼는
"단골메뉴"가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IMF IBRD 등이 한국의 회계처리방식에 대해 지적한 문제점 대부분이
예외인정이 많은 금융기관별 독자적 회계처리 규정이었다는 후문이다.

IMF체제이후 외국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는 뒤늦게서야 금융기관에 대한
예외적용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회계의 사각지대였던 금융기관에도 기업체들처럼 일반적인
기업회계기준을 적용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에따라 은행 증권 보험사별로 각각 다르게 돼있는 독자적 회계처리규정도
자연히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그대신 일반회사들이 지키는 기업회계기준에 은행 증권 보험업의 특수한
거래행태등만 반영한 회계준칙인 은행업 회계처리준칙, 증권업회계처리준칙,
보험업 회계처리준칙이 제정된다.

금감위는 12월말결산 기준으로 99사업연도부터 새로운 "금융업종별 회계처리
준칙"을 제정해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곧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금융업종별 회계처리준칙을 제정하기 위해 올6월안에 기초안을 마련하는
한편 하반기중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준칙제정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아무튼 "예외규정 철폐"로 금융기관들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주식 등
유가증권에 대한 평가충당금을 1백%까지 설정해야 할 입장이다.

또 대손충당금도 자산건전성분류기준에 따라 1백% 적립해야 한다.

부실여신 판정기준이 강화된데 이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금융기관의 손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