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합병대형화는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름하는 첫번째
관문이다.

정부는 은행간 합병을 통해 3~4개의 리딩뱅크(선도은행)를 만들고 이들을
금융개혁의 견인차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힌바 있다.

이달말까지 자발적인 합병을 유도하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은행경영진단
결과와 은행들의 경영개선계획을 토대로 8~9월에 부실은행을 강제정리해
금융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도 세워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 선도은행육성은 최근의 국제금융시장추세를
감안해 볼때 바람직한 방향일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합병이 생각만큼 간단치않을뿐 아니라 자칫 잘못될 경우
실물경제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된다는 점을 감안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합병의 결과가 금융발전에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 실행수단과 방법은 적절한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어느정도인지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은행간 합병시나리오는 장기성장전략에 근거한
변신노력이라기 보다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은행 대형화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물리적
합병을 통한 부실은행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우선 강조해
둔다.

예컨대 우량은행과 불량은행이 합쳐 규모만 커지고 내용은 오히려 하향
평준화되는 방식은 곤란하다.

부실은행의 과감한 퇴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대형화는 선도은행이 되기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대형화이외에 자산의 건실성, 국제감각을 갖춘 경영능력, 인재확보 등
시장을 선도해갈 수 있는 조건도 함께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런점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모든 은행이 대형선도은행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서 소형전문화
은행의 육성 등 바람직한 금융산업구조를 어떻게 재편해 나갈 것인가도 미리
구상해두어야 한다.

합병의 추진수단과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역할은 여건조성에 그치도록 극소화해야 한다.

은행이 합병되더라도 조직의 융화가 이뤄지지못해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던
것이 과거의 생생한 경험이다.

완전한 예방책은 없다하더라도 자발적인 통합은 그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은행합병과 부실은행정리, 그 이후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않으려면 은행지분제한 완화와 지배주주의 허용 등
소유구조의 합리화를 통해 책임의 주체를 확실히 해주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은행들은 합작과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익은
계획을 발표하거나 의도적으로 흘려 금융시장혼란을 자초하고 대외신인도에
먹칠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