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 < 한양대 교수.경영학 >


프랑스의 한 핵물리학자는 인간의 유전자에는 수명이 1백25세로 입력돼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 수명이 1백25세를 채우지 못하는 이유로 남녀간의 성적낭비, 공해와
자연파괴, 영양의 왜곡, 감정적 갈등 등을 들고 있다.

이것들이 유전자 변이를 초래해 병이나 암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수명을 못다하게 가로막는 습관이 유전자를 병들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요새 IMF한파속에 억울하게 쓰러지는 회사도 많다.

그러한 기업에도 무언가 숨은 습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을 부식시키는 습관들을 나열하면 7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똑똑한 사람들이 회사를 전횡하는 경영 습관이다.

자고로 세계 역사를 보아도 나라를 망친 자는 소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다.

기업에서도 똑똑한 사람들은 자기 뜻대로 경영을 하기 십상이다.

합의제를 실시한다해도 결국은 똑똑한 사람의 의견이 채택되는 틀속에서
기업은 외부환경에 무지하게 되고 따라서 한발 뒤떨어 지게 된다.

고정관념이 고정되는 게 문제다.

둘째 외형경쟁에 치우치는 습관이다.

기업은 자기 혁신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

외형경쟁을 하다보면 수익성이나 기술개발보다 사업확장에 치우치기 쉽다.

외형을 부풀리다보면 결국 거품을 쌓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익성을 무시한 습관때문에 부가가치 파괴의 질병에 걸려 기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생기게 되었다.

셋째 대기시간이 많은 습관이다.

컨설턴트들에 따르면 기업의 경쟁전략은 70년대는 규모로, 80년대는
품질로, 그리고 90년대는 속도로 바뀌어 왔다.

속도는 신속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나온다.

속도의 최대의 적은 대기시간이다.

대기시간은 시간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대기를 유발하는
1시간은 아래로 피라미드처럼 커져 말단에서는 몇십배의 시간을 낭비하는
동시에 근로의식을 파괴한다.

넷째 창의성이 부족하고 변화에 소극적인 습관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자본보다 기술의 우위가 좌우한다.

기술개발은 확고한 창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해도 정부의 규제와 외부적
압력 등으로 매우 어렵다.

거기에 회사내에서도 장애가 있고 무관심하기까지 한다면 어떤 기술도
개발할 수 없다.

한국이 IMF관리를 벗어나는 길은 두뇌개발 밖에 없다.

다섯째 상벌에 대한 기강이 해이한 습관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일에 대한 맺고 끊는 한계가 모호하다고 말한다.

일할 때와 놀때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국기업들은 노조가 두려워서인지 상벌도 흐지부지 넘긴다.

조직의 성공에서 가장 확실한 비결은 기강을 엄격히 세우는 것이다.

우리식 정으로 살다보면 세계시장에서는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섯째 원칙보다 현실을 중요시하는 습관이다.

한국기업에서 원칙을 말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로 몰리기
쉽다.

경쟁은 외국기업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원칙을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원칙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무원칙이 원칙이 되는 속성을 지닌다.

일곱째 계속 흑자가 나면서 고속 성장해 온 습관이다.

회사가 이윤을 많이 내고 성장하는 것이 나쁠리야 없지만 그 와중에 전
종사원들이 안이하게 되고 미래에 대비를 하지 않게 된다.

미국 인텔사의 그로브 회장은 과거에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일수록 성장의
변환점에서 안이하게 대처하게되고 그래서 급하강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한다.

지금 IMF한파속에서의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은 노조와의 갈등, 금융구조의
부실, 정부의 장애, 국민들의 소비풍조 등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외로운 존재이다.

불황은 준비된 기업에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경쟁자를 청소해주는
도약의 기회이다.

기업은 항상 초긴장 상태로 진로를 검색하고 미래를 경계할 때 위기를
미연에 감지할 수 있다.

특단의 요령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 기업의 살 길은 이제까지 성공신화에 젖어 있던 습관에서 벗어나
긴장하고 자신의 성공을 경계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 뿐이다.

인간이든 기업이든 자기의 습관을 고쳐야 제수명대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다고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