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어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하고 이에 자극받아 남미
증권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등 세계 곳곳의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아시아의 환란이 세계전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특히 엔화급락과 국제원자재시세 하락이 맛물려 세계경제가 동시
장기불황에 빠질 수있다는 경고까지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곳은 러시아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해 달러당 5.6루블 수준에서 26일엔 6.19루블까지
폭락했고 주가 역시 동반하락 사태를 보였다.

이에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27일 환시장방어를 위해 재할인금리를
50%에서 1백50%로 전격 인상조치했다.

그러나 러시아 금융시장 혼란 여파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주가와 통화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여파로 남미에선 멕시코 페소화가 1.6% 하락하고 브라질 레알화도
타격을 받고 있다.

주가 역시 상파울로 주가가 5.8%, 아르헨티나는 4.8%의 낙폭을 기록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해 8백억달러를 넘어섰던 남미권에 대한 순자본
유입이 올해는 6백50억달러 이하로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달러 탈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루블화 폭락이 그동안 러시아 경제를 지탱해왔던
독일의 해외투자를 부실화시키고 이는 유럽과 동구권 전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잭 로쉬 사쿠라은행 외환담당 부사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 즐로티와 체크 코루나가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독일 마르크화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의 상황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엔화약세가
겹치면서 동남아주가는 27일 홍콩주가 폭락을 필두로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홍콩항셍지수가 이날 5.3% 하락한 것을 비롯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직
외환위기를 겪지않은 나라의 상황이 모두 악화일로다.

한국 민노총의 파업강행 소식등으로 일본 닛케이주가도 전날보다
2백20.53엔이나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위앤화의 동향도 비상한 주목을 끌고있다.

중국정부는 위안화 절하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수출이 급격히 둔화되고 실업은 급증하고 있어 절하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스턴 슈너투자사의 마크 터너이사는 "위앤화가 절하될 경우 동아시아와
화교경제권은 불가피하게 제2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의 위기는 수요감소로 이어져 각종 원자재시세의 급락까지
몰고오고 있다.

한편 이날 일본 엔화는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37.86엔으로 전날보다
0.18엔 절하됐다.

역시 6년9개월만의 기록이며 뉴욕시장에선 전날 한때 달러당 1백38엔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