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살인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아 의료계에 큰 충격을
줬다.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한 한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왔고 담당의사는 밤새
수술을 했다고 한다.

다음날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부인은
병원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끈질기게 퇴원을 요구했다.

의사는 만류하다 결국 이를 허락,환자를 사망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환자의 생명을 보살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의사가 살인혐의로 실형을
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법률적인 판단은 판사의 몫이다.

그러나 이 판결을 보고 착잡한 심정이 들지 않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의사에게서 판단은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적으로 여유를 두고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수술 도중에 결정해야 하는, 그야말로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것이외의 여러가지 요소가 의사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환자상태가 좋지 않을 때 보호자가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며 퇴원을
요구할 때는 참으로 난감하다.

이번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이와 유사한
예는 과거에도 꽤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즈음 외과계열을 지망하는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수가 감소하는 것이
의료계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특수한 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위급한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중에 큰 병에 걸리면 수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없을 것이라는 젊은
의사들의 대화가 농담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요즈음 분위기이다.

이번 판결은 진료에 임하는 의사의 태도뿐 아니라 예비의사들의 진로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