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성장률 -3.8%는 80년 4.4분기이후 17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지만, 그렇게 놀랄만한 뉴스는 이미 아니다.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불황이 우리 생활속 깊숙이까지 파고든지 오래인
까닭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리란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3.8%의 의미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정부가 IMF와 합의한 연간 성장률목표 -1%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는
점을 되새겨야한다.

이는 불황의 심도가 당초 정부나 IMF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올해 경기는 하반기이후까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란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고 보면 IMF충격 초기단계인 1.4분기 성장률 -3.8%는
예상보다 불황의 골이 가파르고 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성장률통계를 작성한 한은관계자들도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를 나타냈다.

내용을 뜯어보면 그같은 우려는 더욱 두드러진다.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나타내리란 것은 누구나 내다봤던 일이지만 40.7%
감소는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다.

신규 설비확장이 전면 중단됐을 뿐 아니라 진행중이던 계속사업까지 대거
중단됐음을 말해주는 수치다.

민간소비지출 감소폭 10.3%도 예상이상이다.

경기가 나빠져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감소는 그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급격한 경기변동에 일종의 안전판구실을 한다는 경제이론을 무색케하는
감소폭이다.

내구재소비는 무려 38.5%나 감소, 더욱 그런 느낌이다.

민간소비지출과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이른바 복합불황이라는 일본의
유형과 유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량기준으로 수출이 27.3%나 늘었지만 성장률이 -3.8%로 급락한 것은
결국 설비투자와 내수진작없이는 경기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고용감소 등으로 얼어붙은 내수가 쉽게 풀릴 전망이 없다고 볼때
국제지수 흑자속에서 벌써 몇년째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과 비슷한
꼴이 되지않는다는 우려도 떨쳐버리기 어렵다.

민간연구기관 중에는 올해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곳들도 없지않다.

또 멕시코 등의 선례로 미루어 마이너스성장이 최소한 15개월정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곳도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구조조정이
매듭지어져야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당연히 퇴출돼야할 부실기업정리가 완료되지않은 단계에서 무턱대고 돈을
푼다면 그것은 종기를 더 깊고 넓게하는 꼴이 될 것이란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말만 요란한 구조조정이 언제나 진전을 보일지 종잡기조차 어려운게
현실이다.

갈수록 장기불황이 걱정스러워지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